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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일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
그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문제일까 고민했다. 경기를 복기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김대유는 고심 끝에 최 코치의 방을 찾아 노크했다.
"찾아가서 깨져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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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일언 코치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오늘의 피칭이 결과적으로 성공이긴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결국 지금 현재에 멈춤이거나 퇴보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오늘까지의 성과물은 하나도 없는 것"이라며 호되게 야단을 쳤다. "지금까지 연습했던 걸 과감하게 해보고 그냥 실패를 해라. 그 실패가 곧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최 코치의 야단은 이유가 있었다. 김대유는 호주 캠프 내내 디셉션(숨김 동작)을 연습해왔다. '대성불패' 구대성 처럼 오른쪽 어깨를 2루 쪽으로 더 틀어 타자가 공 나오는 걸 보기 힘든 폼을 만들고 있다. 호주 1차 캠프 때는 실제 구대성을 만나 공을 숨겨나오는 방법에 대한 원 포인트 레슨도 받았다.
하지만 이날 정작 마운드에 올라가자 타자를 제압하고 싶은 욕심이 살살 차올랐다. 몸을 틀어던지는 생소한 폼보다 원래 편안한 폼으로 자신도 모르는 채 던지고 있었다.
"당장 시합이고 결과를 봐야할 거 같았어요. 솔직히 잘 던지고 싶었거든요. 제가 의지가 약했던 겁니다. 결과를 신경 쓰지 않고 연습하던 대로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 때문에 코치님께서도 많이 화가 나셨던거죠. 아주 많이 깨졌죠.(웃음)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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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에게 변화는 알을 깨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스승은 단 한번의 자극으로 잊지 못할 깨달음을 던진다. 흔들리고, 휘청거릴 지언정 가야할 방향을 잡아준다.
김대유의 야구 인생에 잊지 못할 하루가 흘렀다. 위대한 탄생이 기대된다.
오키나와(일본)=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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