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메이저리그(MLB) 개막이 하염없이 연기되는 가운데, 아쉬움에 발을 구르는 선수들이 있다.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뽐냈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다린 러프(3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특히 이날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가능한 많은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시즌 종료가 늦어지더라도 162경기를 모두 치르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후퇴했다. 그만큼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이렇듯 개막이 늦어짐에 따라 마음이 급한 사람은 팀내 입지가 명확치 않고, 시범경기에 맹활약한 선수들이다. 올해 ML 데뷔를 앞둔 김광현은 일찌감치 캠프에 합류하며 의욕을 보였다. 서두른 보람도 있었다.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 8이닝 무실점 5피안타 11탈삼진으로 쾌투했다. 하지만 개막이 연기되면서 스프링캠프에서의 강렬한 활약을 통해 선발 진입을 확정지으려던 김광현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KBO리그 최고 투수의 자존심이 선발을 원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김광현은 여전히 선발 후보군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마르티네스와 다니엘 폰세 드 레옹 등 경쟁자들도 마찬가지다. 마이크 실트 감독의 선택은 시즌 개막 직전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러프의 속내는 더욱 간절하다. 러프는 지난 3년간 몸담아온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3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빅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입장이다.
다행히 스프링캠프에서의 컨디션은 좋았다. 러프는 14경기에 출전, 28타수 12안타로 타율 4할2푼9리 3홈런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469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삼성 시절 러프는 부동의 1루수였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1루수 자리에는 브랜든 벨트, 버스터 포지, 윌머 플로레스, 파블로 산도발 등 화려한 이름값의 베테랑들이 가득하다. 때문에 러프는 오랜만에 외야 수비까지 소화하며 자신의 범용성을 과시했다. 덕분에 2016년 이래 4년만의 빅리그 입성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코로나가 러프의 계산을 망쳐버렸다. 빅리그 합류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러프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현재 러프의 공식적인 신부는 샌프란시스코 캠프에 초청된 마이너리그 선수다. ML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한 러프는 리그 개막 전까지 연봉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사무국의 입장도 한결 강경해졌다. 당초 단체 훈련 중단 및 자택 혹은 연고지로의 복귀를 권하는데 그쳤던 사무국은 30개 구단 수뇌부에 '스프링캠프 시설 폐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ML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에 참여하는 동안 일정한 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다, 훈련 시설이 잘 갖춰진 캠프를 좀처럼 떠나려 하지 않았기 때문.
결국 마이애미 말린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선수단에 캠프 폐쇄 의사를 전달했다. 사무국은 선수들의 일상 생활을 위해 리그 개막에 앞서 연봉을 미리 지급하는 방안도 구단들과 논의중이다.
만일 올시즌이 162경기 미만의 단축 시즌으로 운영될 경우, 지난 1995년 이후 25년만이다. 당시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와 사무국간의 갈등으로 인한 노조의 파업 때문이었다. 질병으로 시즌이 단축된다면 1860년 출범 이래 16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사건이 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