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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예상치 못한 부진이었다.
KT 위즈 배제성은 지난 25일 청백전에서 난타를 당했다. 3이닝 10실점. 14개의 안타를 맞았고, 배정대에겐 만루 홈런까지 내줬다. 지난해 KT 첫 토종 10승 투수 타이틀을 얻었지만, 청백전에서의 부진은 우려를 자아낼 만했다.
이날 배제성의 투구에 답이 있었다. 총 75개의 공 중 절반 이상(40개)이 변화구였다. 슬라이더를 21개 던졌고, 커브(11개)와 체인지업(8개)이 뒤를 이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스프링캠프 기간 공을 들인 체인지업이다. 배제성은 캠프 당시 "지난 시즌에 잘 안됐던 체인지업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직구 같은 포인트로 체인지업을 자신 있게 던져볼 생각"이라며 "팔 스윙을 조금 더 빨리 가져가야 한다. 구속도 좀 더 끌어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체인지업 구속은 최고 132㎞, 최저 127㎞. 직구 최고 구속이 146㎞, 최저 140㎞였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134㎞로 무난한 구속을 보였다. 이런 변화구들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의도한 제구나 타이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청백전에서의 난타로 이어진 모양새다. 타 팀과의 승부 이전에 최대한 많은 공을 실험하면서 보완점을 찾아가는 청백전의 의미를 잘 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강철 감독도 배제성의 이런 모습에 긍정적인 눈치다. 이 감독은 "배제성이 오늘 많은 안타를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위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 필요성'을 지적했다. 배제성은 지난해 1군 데뷔 후 처음으로 100이닝(131⅔이닝)을 돌파해 피로 누적에 대한 우려가 이어져 왔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투구도 중요하지만, 긴 시즌을 치르기 위한 점검과 템포 조절이 지금의 배제성에게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배제성은 "팀의 첫 10승 투수 타이틀을 단 것은 정말 기분 좋았지만, 올해도 10승 투수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며 "4~5년은 꾸준하게 활약해야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겠나. 동료들이 도와주지 못할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에이스라 생각한다. 나도 그런 모습을 꾸준히 보여야 신뢰받는 투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배제성은 자신과의 약속을 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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