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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벤트 경기]임기영 감독 '파격'→'절반의 성공', 양현종의 감독 포스, 지략대결 무승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20-04-13 16:07


임기영.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감독들과 메인 투수 코치는 방송 헤드셋을 꼈다. 감독직은 선수들이 수행했다.

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선 이색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겉은 자체 청백전이었지만 속은 달랐다. 에이스 양현종과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이 양팀 사령탑으로 나선 이벤트 경기였다.

이 이벤트는 코로나 19 여파로 자체 홍백전만 치르는 선수들의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맷 윌리엄스 감독의 제안에 조계현 단장이 뜻을 모아 진행됐다.

긴장감은 지난 10일부터 감돌았다. 자체 드래프트가 실시됐다. 윌리엄스 감독이 커미셔너로 참관한 가운데 양 감독과 임 감독은 자신이 경기에서 중용할 타자들을 선발했다.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패한 팀에서 커피와 피자를 사는 내기가 걸려있었다. 그래서 양팀 감독들은 패할 것을 대비해 내기 지원을 받기 위해 고액 연봉자들을 가장 먼저 '픽'하는 모습이었다. 양 감독은 베테랑 나지완, 임 감독은 김주찬을 가장 먼저 선발했다. 양팀 투수는 등판일 관리 차원에서 서재응 투수 코치가 짰다.

이벤트 경기라도 모든 과정은 실전처럼 이뤄졌다. 경기 당일 양팀 감독들은 오전 11시까지 수석코치에게 선발 라인업을 제출했다. 이날 라인업 스타일은 '극과 극'이었다. 임 감독은 '파격'을 택했다. 지난달 16일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복귀한 뒤 발목 부상 재활 이후 실전에 첫 출전하는 최형우를 리드오프(1번 타자)로 내세웠다. 임 감독의 변칙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임 감독은 "컨택 능력이 좋은 (최)형우 선배에게 타석수를 많이 부여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에게는 또 다른 변수가 있었다. 자신이 드래프트에서 뽑은 타자들 중 포수가 한승택 뿐이었다. 반면 양 감독은 '안정'을 택했다. 좌타-우타를 교차시키는 방법으로 전략적인 타순을 짰다. 이날 오랜만에 헤드셋을 끼고 이벤트 경기를 해설한 서 코치는 "양 감독이 좀 더 안정적인 라인업을 마련한 것 같다. 양 감독 팀이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 스포츠조선DB
눈길을 끈 감독간 지략 대결은 경기 초반부터 펼쳐졌다. 0-1로 뒤진 2회 초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 상황이 연출되자 임 감독은 베테랑 나주환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냈다. 그러자 양 감독은 전진수비로 응수했다. 다행히 나주환이 작전을 잘 수행하면서 임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가장 먼저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감독이 누가 될까도 관심사였다. 양 감독이 됐다. 선발 홍상삼이 볼넷 8개를 남발하면서 투구수 제한으로 원래 던지기로 했던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4이닝 이후 강판됐다. 그러자 양 감독은 5회부터 정해영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여기서 양현종은 감독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주로 투수 코치들은 교체 타이밍에 마운드를 찾으면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다. 그러나 양현종은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고 교체된 투수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 장면을 지켜본 서 코치는 "양현종에게서 감독 포스가 나온다"며 농을 던지기도 했다. 임 감독은 8회 초 6-6으로 동점을 만들고 8회 말 수비에서 변시원이 마지막 타자 백용환을 삼진으로 잡아내자 박수를 치며 자신의 전략 성공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사실 임 감독의 노림수는 통하지 않았다. 리드오프 최형우는 세 차례 타석에 들어섰지만 한 차례도 출루에 성공하지 못했다. 4-6으로 뒤진 4회 초 1사 만루 찬스를 잡기도 했지만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양 감독에게 없는 좌완투수 카드는 성공시켰다. 이준영을 7회에 투입시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투구수 제한으로 정상적인 경기는 진행되지 않았다. 또 양팀 선발 드류 가뇽과 홍상삼의 부진으로 질 높은 경기는 아니었다. 임 감독 팀이 끝까지 추격한 승부는 결국 6대6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이벤트 경기를 위해 뛴 동료들을 위한 커피와 피자 값은 양팀 감독이 반반 내야 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63일째 캠프가 치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벤트 경기는 KIA 선수들에게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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