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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지켜보는 게 괴로울 정도였다.
백보 양보하면 '청백전'의 무게감을 들 만하다. 승패를 놓고 싸우는 상대가 아닌, 함께 호흡하는 동료들과 경기 하면 자연스레 마음이 느슨해질 수 있다. 투수들은 타자들의 부상 위험 탓에 몸쪽 제구를 꺼리고, 타자들은 정작 상대해야 할 상대 투수의 공을 보지 못한다는 게 단점. 때문에 감각을 유지하는 것 외에 남는 게 없고, 오히려 부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청백전 무용론'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리그 개막이 연기되자 각 팀 사령탑들이 컨디션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청백전 일정을 짜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 롯데는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이날까지 10회 가량의 청백전을 치렀다. 워낙 많은 청백전을 치러온 터라 긴장감이 풀어지는 것은 불가항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청백전이라도 '기본'이 실종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프링캠프부터 현재까지 두 달 넘게 훈련과 실전을 반복해왔다. 이럼에도 약속된 팀 플레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책의 원인인 집중력 저하 역시 청백전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21일부터 팀간 연습경기가 시작되면 리그 개막은 초읽기에 돌입한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주전 경쟁의 결말을 기다려야 할 시점이다. 경쟁 의식이 최고조에 달해도 모자랄 판국에 나사 풀린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은 프로의 자격을 의심케 할 만하다.
롯데는 올 시즌 약체로 꼽힌다. 지난해 꼴찌 추락의 굴욕이 생생하다. 전반기 종료 직후 단장-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놨지만, 후반기에도 맥없이 고개를 떨구며 시즌을 마감했다. 성민규 단장 체제로 전환한 뒤 획기적인 시스템 전환과 스토브리그에서의 적극적인 행보로 관심을 끌긴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라운드 바깥의 결과물일 뿐, '성적'이라는 검증 단계가 남아 있다. 이럼에도 또다시 실패를 반복한다면, 감독-단장-대표이사가 줄줄이 떠났던 지난해 이상의 후폭풍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프로의 세계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 결과로 향하는 첫 발도 떼지 않은 지금의 롯데에겐 그 누구보다 절박함이 요구된다. 선수단 전체가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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