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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얼마나 기다려 주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성규는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멀티 홈런을 쏘아올렸다. 2회말 KIA 선발 홍건희로부터 동점 솔로홈런을 뽑아냈다. 엄청난 파워를 보여준 장면. 바깥쪽으로 어느 정도 제구가 잘 이뤄진 143㎞의 패스트볼을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투스트라이크 이후라 평소 키킹 동작 없이 약간의 스트라이드 만으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끝이 아니었다. 8회에는 KIA 좌완 필승조 하준영으로부터 추격의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139㎞ 몸쪽으로 붙어오는 왼손 투수의 패스트볼을 거침 없이 당겼다. 이번에는 평소처럼 키킹 동작을 통해 시원하게 날렸다. 2회 날린 연습경기 첫 홈런으로 자신감을 얻은 듯 준비동작에서 배트가 가볍고 빠르게 나왔다.
이성규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 경험과 자신감이다. 2군 홈런왕 출신이지만 1군 경험은 통산 37경기에 불과했다. 그만큼 1군 투수들의 공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자기확신도 2% 부족했다. 누구보다 성실한 대기만성형 선수. 제대로 터지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더해져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포텐의 소유자다.
허 감독은 이성규를 제대로 파악했다. 캠프 때 부터 꾸준하게 기회를 줬다. 경험과 함께 자신감도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늦게 시작되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올 시즌 화두는 변화구 유인구 대처다. 삼성이 그토록 기다리는 거포탄생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요소다.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상대 투수는 집요하게 변화구 유인구로 승부를 걸 공산이 크다. 변화구 유인구를 참아내 얼마나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느냐가 성공의 열쇠다. 경기를 많이 치를수록 이 부분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도 "직구에 강점이 있는데 (상대투수가) 직구는 많이 안 던지더라"며 "변화구 대처에 신경을 많이 써야할 것 같다"고 진단한 바 있다.
무엇보다 타석에서의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 확신 없이 투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수의 리듬이 아닌 타자 자신의 리듬으로 대결 구도를 끌고 갈 필요가 있다.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과정은 화려하지 않다.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성규가 허삼영 감독의 기다림을 자양분 삼아 '1군 홈런타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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