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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덕아웃에서 많이 축하해줘서 그때서야 첫 승이란걸 실감했다."
이어진 최 정과의 승부에서도 이상규는 냉정했다. 초구와 2구를 연달아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와 파울을 뽑아내 2S의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뒤 150㎞의 직구 2개를 연속해서 던졌다. 연속 볼. 2B2S에서 다시 133㎞의 슬라이더를 던지자 최 정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1사 3루의 결정적인 위기에서 김강민과 최 정이라는 베테랑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쾌거를 이룬 것.
이상규는 9회에도 탄탄했다. 4번 로맥을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 5번 한동민은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고, 6번 정의윤은 3구만에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공이 뒤로 빠지며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에 내보냈지만 7번 이홍구를 144㎞ 직구로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9회도 마쳤다.
이상규는 "위기 상황에서는 처음 올라가는 거라 많이 긴장했지만 1구, 1구 집중하며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웃었다. 사실 9회 때는 첫 승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끝내기 상황에서 이긴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는데 덕아웃에서 많이 축하해주서 그때 첫 승을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이상규는 2015년 청원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6년차다. 하지만 팬들에겐 낯설다. 군복무 뒤 2018년 복귀해 지난해서야 1군에 데뷔한 신인이나 다름 없는 선수. 150㎞를 넘는 빠른 공을 뿌리는 파워피처로 청백전때 이상규가 마운드에 오르자 류중일 감독이 백네트로 가서 그의 피칭을 살피는 모습이 나와 알려진 투수다.
류 감독이 경기후 "오늘의 MVP는 이상규"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상황에서 막아주며 경험치를 높인 이상규의 등장이 LG에겐 플러스 요인이 됐다.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은 위기에서 결과가 이후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위기를 잘 넘길 경우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붙으며 이후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고 위기에서 무너질 경우 그동안 쌓은 자신감이 떨어져 성장이 멈추기도 한다. 이상규는 큰 위기를 삼진 2개라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돌파했다. 성공으로 가는 방향을 잡은 이상규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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