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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첫 승 전도사' 박승규, 삼성 외야에 행복한 고민을 던지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6-12 10:44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키움
삼성 경기 3회초 우익수 박승규 호수비
2020년 6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수에게 공격이 반찬이라면, 수비는 밥이다.

공격은 그날그날 달라지지만 수비는 매 경기 꾸준히 해줘야 한다. 수비가 안되면 주전 선수가 되기는 어렵다.

반대로 수비를 탁월하게 잘 한다면? 주전이 될 가능성이 훌쩍 높아진다. 수비로 치고 들어와 주전을 꿰찬 많은 사례가 있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다 보면 타격 실력도 좋아진다.

고졸 2년 차 외야수 박승규(20)가 놀라운 수비 실력으로 주전에 도전장을 냈다. 삼성 외야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보고도 믿기 힘을 수 없는 플레이였다. 그라운드 안 모두가 놀랐다.

11일 대구 키움전. 2번 우익수로 선발출전한 그는 2회초 실점 직후인 2사에 박준태의 우월 홈런성 타구를 인필드 끝까지 따라가 점프 캐치했다. 2루쪽로 뛰던 박준태는 헬멧을 벗어 허공에 던지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박승규의 호수비. 워밍업에 불과했다. 슈퍼캐치를 넘는 엄청난 수비가 3-1 역전에 성공한 3회초에 나왔다. 2사 1,2루. 키움 박동원이 3B1S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김대우의 130㎞ 패스트볼을 강하게 밀었다. 펜스 직격, 싹쓸이 2루타가 될 타구. 중견수 쪽으로 살짝 치우쳐 있던 박승규가 타구를 향해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거리가 멀었다. 도저히 글러브가 닿기 힘든 위치. 하지만 박승규는 마지막 순간 몸을 날렸다. 거짓말 처럼 글러브 안에 공이 쏙 들어갔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3-3 동점이 될 상황이 이닝 교체로 끝나는 순간.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넘어왔다.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키움
삼성 경기 3회초 우익수 박승규 호수비
2020년 6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마운드의 김대우는 물론 삼성 야수 대부분 멈춰서 들어오는 박승규를 기다렸다. 김대우는 두차례의 호수비로 자신을 구해준 박승규에게 "한번만 안아보자"며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삼성은 여세를 몰아 5회 3점을 보태며 6대3으로 승리했다. 김대우는 박승규의 도움 속에 2018년 4월19일 이후 784일 만에 선발승이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김대우는 경기 후 "승규, 상수 형, 민호형이 각각 1이닝씩 던져 준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도움을 줘서 이길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경기 후 허삼영 감독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박승규가 벤치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됐다. 슈퍼캐치 2개가 승리를 이끌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박승규의 호수비를 높게 평가했다.

전날인 10일 키움전에서도 박승규는 슈퍼캐치로 좌완 백정현(33)에게 시즌 첫 승을 선사했다. 박승규는 1회 요키시로부터 데뷔 첫 홈런을 뽑아내며 리드를 안겼다. 시즌 첫 홈런을 허용한 요키시 조차 "그 타자가 워낙 잘 쳤다"고 칭찬한 결승홈런. 수비에서도 빛났다.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2회초 2사 1루. 김혜성의 타구는 완벽한 안타성 타구였다. 하지만 박승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 전력질주해 다이빙 캐치했다. 전후좌우 가리지 않는 악바리 수비.

평소 이닝을 마치면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백정현이 걸음을 멈췄다. 신바람이 나 뛰어오는 까마득한 후배를 기다렸다. 데뷔 첫 홈런에 슈퍼캐치까지 공-수에서 첫 승을 도운 귀여운 후배. 좀처럼 말수가 없는 백정현은 경기 후 박승규에게 다가가 말했다. "니 덕분에 이겼다."

박승규가 이틀 연속 첫 승 전도사 역할을 해준 덕에 삼성은 불리해 보였던 선발 매치업 속에서도 키움에 역전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호수비, 이렇게나 중요하다.

11일 키움전을 마친 박승규는 "잡을 수 있다는 생각보다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무아지경의 집중력에 대해 설명했다. "선배님들이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해'라고 해주신다"며 감사해 한 그는 "어제 첫 홈런이 자신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분간 박승규는 꾸준하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삼성 외야진에 텐션이 쭉쭉 올라가고 있다. 벤치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키움
삼성 1회말 박승규 홈런
2020년 6월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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