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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수에게 공격이 반찬이라면, 수비는 밥이다.
고졸 2년 차 외야수 박승규(20)가 놀라운 수비 실력으로 주전에 도전장을 냈다. 삼성 외야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보고도 믿기 힘을 수 없는 플레이였다. 그라운드 안 모두가 놀랐다.
박승규의 호수비. 워밍업에 불과했다. 슈퍼캐치를 넘는 엄청난 수비가 3-1 역전에 성공한 3회초에 나왔다. 2사 1,2루. 키움 박동원이 3B1S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김대우의 130㎞ 패스트볼을 강하게 밀었다. 펜스 직격, 싹쓸이 2루타가 될 타구. 중견수 쪽으로 살짝 치우쳐 있던 박승규가 타구를 향해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거리가 멀었다. 도저히 글러브가 닿기 힘든 위치. 하지만 박승규는 마지막 순간 몸을 날렸다. 거짓말 처럼 글러브 안에 공이 쏙 들어갔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3-3 동점이 될 상황이 이닝 교체로 끝나는 순간.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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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허삼영 감독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박승규가 벤치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됐다. 슈퍼캐치 2개가 승리를 이끌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박승규의 호수비를 높게 평가했다.
전날인 10일 키움전에서도 박승규는 슈퍼캐치로 좌완 백정현(33)에게 시즌 첫 승을 선사했다. 박승규는 1회 요키시로부터 데뷔 첫 홈런을 뽑아내며 리드를 안겼다. 시즌 첫 홈런을 허용한 요키시 조차 "그 타자가 워낙 잘 쳤다"고 칭찬한 결승홈런. 수비에서도 빛났다.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2회초 2사 1루. 김혜성의 타구는 완벽한 안타성 타구였다. 하지만 박승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 전력질주해 다이빙 캐치했다. 전후좌우 가리지 않는 악바리 수비.
평소 이닝을 마치면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백정현이 걸음을 멈췄다. 신바람이 나 뛰어오는 까마득한 후배를 기다렸다. 데뷔 첫 홈런에 슈퍼캐치까지 공-수에서 첫 승을 도운 귀여운 후배. 좀처럼 말수가 없는 백정현은 경기 후 박승규에게 다가가 말했다. "니 덕분에 이겼다."
박승규가 이틀 연속 첫 승 전도사 역할을 해준 덕에 삼성은 불리해 보였던 선발 매치업 속에서도 키움에 역전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호수비, 이렇게나 중요하다.
11일 키움전을 마친 박승규는 "잡을 수 있다는 생각보다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무아지경의 집중력에 대해 설명했다. "선배님들이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해'라고 해주신다"며 감사해 한 그는 "어제 첫 홈런이 자신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분간 박승규는 꾸준하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삼성 외야진에 텐션이 쭉쭉 올라가고 있다. 벤치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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