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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핫피플]17년 연속 10홈런과 한미일 통산 2500안타, '거인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기사입력 2020-07-09 05:00


2020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3회초 무사 롯데 이대호가 솔로포를 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7.08/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더 이상 에이징 커브 우려는 없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썼다. 이대호는 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 홈런으로 이대호는 KBO리그 통산 12년 연속 10홈런(2004~2011년, 2017~2019년·해외 진출 기간 제외) 기록을 작성했다. 장종훈(한화)-양준혁(삼성)-최 정(SK·이상 15년 연속)-박경완(SK)-김태균(한화·이상 14년 연속)-이승엽(삼성·13년 연속)-최형우(KIA)-박석민(NC·이상 12년 연속)에 이은 KBO리그 9번째 기록을 쓰면서 전설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NPB),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각각 10홈런 시즌을 보냈다. NPB 시절이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오릭스 버팔로즈,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보낸 2016년에도 14홈런을 만들어냈다. 해외 진출 기간까지 더하면 이대호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한-미-일 리그를 거치면서 17년 연속 10홈런의 기록을 만들어낸 셈. 이대호는 이날 3안타로 한-미-일 통산 2500안타(KBO리그 1804개·NPB 622개·MLB 74개)도 달성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KBO리그 출신으로 해외 진출 기간까지 포함해 17년 연속 10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없다. 2004~2011년 NPB에서 활약했던 이승엽이 있지만,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은 이어가지 못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이던 2008년과 2010년 부상, 부진의 여파 속에 각각 8홈런, 5홈런에 그친 바 있다.

올해 이대호의 활약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눈에 띄게 준 홈런 뿐만 아니라 타격 지표 대부분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때문에 이대호가 운동능력의 저하 등이 찾아오면서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소위 '에이징 커브'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이 대다수였다. 이대호가 지난 시즌을 마친 뒤부터 체력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도 이런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이었다. 시즌 전까지 물음표 투성이었지만, 이대호는 기록을 통해 여전한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다.

이대호는 자신의 기록을 두고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다. 꾸준히 뛰어서 얻을 수 있었던 기록 아닐까 싶다. 안 다치고 야구장에 계속 있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보다 성적이 안 나고 있기 때문에 에이징커브를 겪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야구를 항상 잘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좋았던 시기만 바라본다면 에이징커브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안 좋았을 때보다 분명 괜찮은 부분도 있다. 잘 안된 부분을 반성하고 노력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의 이대호는 더그아웃의 큰형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주장 민병헌 및 베테랑들과 함께 후배 선수들을 이끄는데 주력하고 있다. 1루 수비와 지명 타자 역할을 꾸준히 오가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바깥에서 볼 때도 대단한 선수였지만, 안에서 직접 보니 '역시 이대호'라는 생각이 든다"며 엄지를 세웠다.

이대호는 "감독님이 (내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고 인정해주셔서 솔직히 행복하다. 더 잘 준비해야 한다는 독기가 생겼고, 책임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수비를 나가면 다른 선수들이 휴식을 얻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원한다"며 "내가 힘든 것보다, 팀과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후배들에게 '즐기자'는 말을 많이 한다. 솔직히 나는 예전에 즐기면서 야구를 못했다. 여태껏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컸는데, 감독님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롯데의 이대호'는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4년 간의 FA 계약이 끝나는 올 시즌은 어쩌면 그의 야구 인생 종착점이 될 수도 있다. 이대호는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다칠 수도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매 경기, 순간마다 즐겁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롯데의 반등도 노래했다. "당장 성적이 안 나오니 주변에선 반신반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님은 선수들을 믿고 있고, 선수들 역시 자신을 믿고 있다. 분명 더 좋아질 것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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