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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더 이상 에이징 커브 우려는 없다.
KBO리그 출신으로 해외 진출 기간까지 포함해 17년 연속 10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없다. 2004~2011년 NPB에서 활약했던 이승엽이 있지만,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은 이어가지 못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이던 2008년과 2010년 부상, 부진의 여파 속에 각각 8홈런, 5홈런에 그친 바 있다.
올해 이대호의 활약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눈에 띄게 준 홈런 뿐만 아니라 타격 지표 대부분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때문에 이대호가 운동능력의 저하 등이 찾아오면서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소위 '에이징 커브'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이 대다수였다. 이대호가 지난 시즌을 마친 뒤부터 체력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도 이런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이었다. 시즌 전까지 물음표 투성이었지만, 이대호는 기록을 통해 여전한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다.
올 시즌의 이대호는 더그아웃의 큰형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주장 민병헌 및 베테랑들과 함께 후배 선수들을 이끄는데 주력하고 있다. 1루 수비와 지명 타자 역할을 꾸준히 오가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바깥에서 볼 때도 대단한 선수였지만, 안에서 직접 보니 '역시 이대호'라는 생각이 든다"며 엄지를 세웠다.
이대호는 "감독님이 (내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고 인정해주셔서 솔직히 행복하다. 더 잘 준비해야 한다는 독기가 생겼고, 책임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수비를 나가면 다른 선수들이 휴식을 얻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원한다"며 "내가 힘든 것보다, 팀과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후배들에게 '즐기자'는 말을 많이 한다. 솔직히 나는 예전에 즐기면서 야구를 못했다. 여태껏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컸는데, 감독님 덕분에 좀 더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롯데의 이대호'는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4년 간의 FA 계약이 끝나는 올 시즌은 어쩌면 그의 야구 인생 종착점이 될 수도 있다. 이대호는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다칠 수도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매 경기, 순간마다 즐겁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롯데의 반등도 노래했다. "당장 성적이 안 나오니 주변에선 반신반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님은 선수들을 믿고 있고, 선수들 역시 자신을 믿고 있다. 분명 더 좋아질 것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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