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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 6월 11일 창원 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였다.
그때 김태형 감독이 한 이야기는 뭐였을까. 당시 이영하는 안풀리는 경기가 이어지자 답답함이 가중된 상황이었다. 시즌 첫 등판 이후 5경기째 승리가 없는 와중에 NC전에서도 난타를 당하고 말았다. 바로 앞에 등판한 2경기에서 각각 7⅔이닝 3실점, 6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도 승리를 못 챙긴 이영하는 NC전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충분히 스스로도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7실점 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이영하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대는 모습을 보이자 김태형 감독이 직접 불렀다. 사실 투구 내용을 떠나 감독이 경기 도중에 선발 투수를 직접 불러 이야기 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많은 실점을 하고 안좋은 분위기 속에서 내려온 투수에게는 더욱 말을 걸지 않는다. 그만큼 이례적인 호출이었다.
이영하도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감독님이 조급하게 생각하면서 화를 내지 말고, 침착하게 생각하라고 하셨다. 안좋은 시기인 만큼 이 상황도 지나갈테니 천천히, 급하지 않게 생각하자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이제 시즌 1/3을 소화한 상황에서 화를 내거나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마인드 변화가 실제로 이영하를 바꿔놨다.
그 후로도 2경기 더 영점 조준이 힘들었던 이영하는 7월 들어 조금씩 반등 기회를 잡았다. 지난 1일 키움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약 2개월만에 승리 투수가 된 직후 그는 "어디 갇혀있다가 꺼내진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7일 LG전에서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가장 좋은 밸런스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긴 슬럼프 터널을 지나 좋은 결과를 만드는 자체로도 충분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지난해 17승을 경험해 본 투수이지만, 반대로 이제 선발 풀타임 두번째 시즌을 치르는 미래가 창찬한 젊은 투수이기도 하다. 이영하가 올해 겪는 시행착오와 교훈은 앞으로 더 큰 결과물로 돌아올 자양분이 될 것이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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