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은 지난 10일 한화 이글스 전에서 '1이닝 4볼넷'의 악몽을 겪었다. 선두타자에게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했고, 이후 볼넷이 쏟아지며 밀어내기로만 2실점했다. 사실상 이날 SK의 패배를 결정지은 순간이었다.
지난 6월 26일까지 22경기, 21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을 유지하며 '미스터 제로'로 불렸고, 이후로도 SK 필승조로 활약해온 김정빈임을 감안하면 너무 아쉬운 장면이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데 무려 36개의 공을 던진 만큼, 팀의 피해는 더 컸다.
하지만 김정빈에 대한 박경완 SK 감독 대행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김정빈의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어려움을 겪고 나면 더 좋은 선수가 된다"면서 "원래 해결을 하든 맞든 정빈이에게 맡기려고 했다. 2아웃 후에 결국 교체했지만, 끌고 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기다렸다"고 강조했다.
30개를 넘게 던진 불펜 투수는 다음날 휴식을 취하는 게 보통이다. SK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박 대행은 "김정빈과 면담결과 본인이 던져보고 싶다고 하더라"며 11일에도 불펜 대기를 예고했다. 이어 김정빈은 5대3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데뷔 첫 세이브를 따내며 악몽을 씻어냈다.
경기 후 김정빈은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잤다. 오늘 아침 아홉시쯤 잠이 든 것 같다. 전투력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전날 여파로 인해 기가 죽기는 커녕 오히려 독기가 오른 상태였다.
김정빈은 "요즘 내가 한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내가 언제부터 야구를 잘했나. '내 야구는 지금부터'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SK는 하재훈의 부진 속 박민호 김택형 김정빈 등이 번갈아 마무리로 기용되는 상황이다. 깁정빈은 "첫 마무리 등판인데, 생각보다 재미있다"며 뜨거운 승부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