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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권력과 권위는 다르다.
자발적 의지에 의해 움직이도록 하는 힘, 권위다.
야구에 대입하면 권력은 호랑이 감독에게서, 권위는 존경하는 선배에게서 나온다.
허 감독은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이 우천 취소된 뒤 오승환에 대한 이야기 도중 이런 말을 했다.
"오승환이 마운드에 서면 야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이원석 이학주 김상수 강민호 같은 고참들도 확 달라진다. 화이팅과 움직임, 게임 집중도 모두 달라진다.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대단한 존재감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승환이 뿜어대는 카리스마, 소위 '머리 큰' 후배들을 알아서 움직이게 하는 권위의 원천이다.
긴박한 마감의 순간. 집중력의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좌우한다.
그런 면에서 삼성의 뒷문에는 오승환이 꼭 필요하다.
7년 만의 국내 복귀. 모든 것이 순조롭지 만은 않다. 연착륙에 살짝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너무 빨리 준비한 것 같다"는 스스로의 말처럼 복귀 타이밍이 살짝 엇나갔다.
사이클과 시간의 문제. 큰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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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의 비상 상황에 대한 플랜도 필요하다.
야구단 전체를 통솔하는 허삼영 감독.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버팀목이 있다는 자체가 든든하지만 오승환 선수가 팀의 영원한 마무리가 될 수는 없다. 시즌 중 구위 떨어질 수도 있고, 블론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팀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 도저히 안 되는데 계속 밀고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급박한 비상 상황을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이다.
최악의 현실이 되면 삼성 야구의 올 시즌은 힘들어진다.
허 감독도 이를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만약의 경우 결단은 내가 내려야 하는 거고. 이해시키는 것도 내 책임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되면 팀 성적도 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릴 지언정 쓰러지지 않는다. '살아 있는 전설' 오승환도 마찬가지다.
후배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힘. 오승환이 승리의 순간을 함께 해야 삼성이 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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