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척포커스]'러셀 의식→패턴 변화' 영리했던 데스파이네의 마인드 컨트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8-05 10:28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회말 KT 선발 데스파이네가 역투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8.04/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회말 2사 키움 러셀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8.04/

[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러셀 발 태풍'에 KT 선발 데스파이네가 휘말릴 뻔 했다.

러셀을 처음 만나는 KT 이강철 감독은 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데스파이네와 로하스 등 KT 외국인 선수에게 미칠 부정적 효과를 살짝 우려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함께 뛰었던 훌리오 프랑코 코치(롯데)의 국내 진출 당시를 언급하며 "용병들은 센 선수가 오면 서로 의식을 많이 한다. 특히 빅리그 경력이 셀수록 이구동성으로 '저런 선수가 여기 왜 왔냐, 나는 끝났다'고 미리들 얘기하곤 하더라. 심지어 우즈(두산)까지 그런 말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확실한 경력자에 대해 우러러보는 마인드가 한국 선수보다 더 강하다.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 간 서열 의식도 확실하다. 아무래도 경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살짝 기가 죽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투-타 대결에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자존심 문제가 퍼포먼스에 미치는 여파도 무시할 없다.

이 감독은 이날 선발 데스파이네의 과도한 승부욕을 걱정했다.

이강철 감독은 "데스파이네도 자존심이 세고, 보는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강한 직구만 던질까봐 걱정된다. 두산 페르난데스한테도 하나 맞고 나서 155㎞ 직구를 던지더라"며 웃었다.

실제 1회말 2사 후 첫 타석에서 러셀을 만난 데스파이네는 실제 앞에 1,2번을 상대할 때와 달랐다.

줄곧 패스트볼만 던졌다. 극단적인 코너워크도 의식했다. 몸쪽으로 바짝 붙이다 볼이 뒤로 크게 빠지는 등 제구가 살짝 흔들렸다. 결국 풀카운트 승부 끝에 유일하게 브레이킹 볼을 던졌지만 그마저 원바운드가 되면서 러셀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러셀과의 힘겨운 첫 승부 후 허탈해진 데스파이네가 살짝 흔들렸다. 연속 안타로 첫 실점을 했다. 이정후가 내야 시프트를 뚫고 중전안타를 날려면서 2사 1,3루. 허정협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다.

빅리그 스타 출신 러셀 발 간접효과. 자칫 데스파이네가 희생양이 될 뻔 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데스파이네는 스스로 강박에서 벗어났다.

3회말 러셀과의 두번째 만남에서는 강한 패스트볼에 대한 고집을 버렸다.

변화구를 활용해 2구 만에 땅볼을 유도했다. 6회말 선두타자로 다시 만난 러셀에게도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령한 뒤 가볍게 뜬공을 유도했다.

힘 대 힘 대결의 자존심 싸움을 버린 결과. 데스파이네의 영리한 마인드 컨트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3회말 1사 키움 러셀이 내야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8.04/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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