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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기 비하인드]멈춰선 버스에도 첫 우승 장충고, 동문회 선수단에 새 버스 지원 결의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8-12 08:12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동성고와 장충고의 결승전이 11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장충고가 승리하며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다. 행가레를 받는 장충고 송민수 감독의 모습.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8.11/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동성고와 장충고의 결승전이 11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장충고가 승리하며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종료 후 환호하며 기쁨을 나누는 장충고 선수들의 모습.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8.1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제75회 청룡기 결승전을 앞둔 11일 오전.

서울 목동야구장으로 향하던 장충고 선수단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선수단 버스에 문제가 생겼다. 갑작스러운 고장이었다.

경기 시간이 촉박해지자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져 택시를 타고 제각각 대회장으로 움직여야 했다.

이동의 불편함 보다 대사를 앞둔 시점에 찾아온 불길함이 극복 대상이었다. 전날 6-2로 앞서던 2회초 폭우로 중단되면서 서스펜디드 경기로 이틀째 이어진 경기. 쫓기는 자의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장충고 선수들은 의연했다.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두명의 거물급 선수에 대한 의존이 아닌 한명 두명씩 모아져 단단해진 조직력의 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전날 만든 리드를 거뜬하게 지켰다. 2년 만의 청룡기 우승을 향한 광주 동성고의 맹추격을 2학년생 박태강 박정민의 혼신투와 조직적 득점으로 뿌리치고 기어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동성고와 장충고의 결승전이 11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장충고가 승리하며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다.장충고 선수단이 우승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8.11/
지난 1963년 야구부 창단 후 57년 만의 청룡기 우승. 장충 야구의 단합된 조직력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똘똘 뭉친 힘은 경기장 밖에도 있었다. 물심양면으로 후배들을 후원해온 장충고 동문 선배들이었다.

유동훈(장충고)과 김선우(휘문고)가 맞붙었던 1994년 청룡기 첫 결승 진출 이후 두번째 우승 도전.

당연히 야구장에 모여 목청 터져야 응원전을 펼쳐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대회가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면서 직관이 불가능해졌다.

장충고 총동문회와 야구 후원회는 10일 결승전을 앞두고 동문들에게 부랴부랴 긴급 공지를 띄웠다.

시내 모처에 함께 모여 단체 응원전을 펼치자는 제안.

동문들의 호응 속에 10일에 이어 11일까지 이틀 연속 시내 응원전이 펼쳐졌다.


11일 서울 장충고 인근 약수동 한 호프집에 모여 뜨거운 응원전을 펼친 끝에 청룡기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장충고 동문들. 사진제공=장충고등학교 총동문회
우승을 향한 장충고 동문들의 뜨거운 염원이 목동야구장에 닿았다.

손에 땀을 쥐는 박빙의 명승부. 후배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동성고 추격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

9대7, 짜릿한 승리. 57년 만의 청룡기 첫 제패였다.

온 마음을 다해 응원전을 펼친 동문 선배들의 간절한 바람에 멋지게 화답하는 순간이었다.

우승 확정 순간, 동문들은 기쁨에 펄쩍 펄쩍 뛰며 장충고 특유의 '기생충 응원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갈고리촌충 민촌충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장충 장충 대장충 얍~."

감격의 여운이 가라앉기도 전에 자랑스러운 후배 선수들을 위해 선배들이 곧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낡고 오래된 선수단 버스를 새 버스로 바꿔주기로 결의하고 자발적 모금에 나섰다.

심계원 장충고 총동문회장(58)은 "자랑스러운 후배 선수들과 부모님들께 우승 시 동문회 차원에서 버스를 구입해 기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장충고 야구후원회 정주영 회장과 이우석 전임 회장 역시 "그동안 크고 작은 지원의 결실을 우승으로 맺게 돼 너무나도 기쁘다"며 감격해 했다.

장충고 총동문회는 다음달 초 서울 강남구 라움에서 우승 기념 축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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