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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인]'들쑥날쑥' 라이블리, 무엇이 문제인가..허삼영 감독의 고민과 진단

기사입력 2020-08-20 13:13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삼성
삼성 선발투수 라이블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2020년 8월 19일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외인 투수 벤 라이블리(28). 올 시즌 행보가 힘들다.

냉온탕을 오가는 들쑥날쑥 피칭으로 기복을 보이며 안정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1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의 시즌 10차전에 선발 출격한 라이블리는 5이닝 동안 홈런 포함, 4피안타 4볼넷 6실점으로 시즌 6패째(2승)를 떠안았다. 평균자책점도 5.36으로 올랐다.

1회를 K-K-K로 출발하는 등 탈삼진을 7개나 잡았지만 초반 힘으로 밀어붙이다 대량실점 하며 무너졌다. 투구수도 5회 만에 103구에 달하면서 더 길게 가지 못했다.

옆구리 파열 부상을 딛고 7월18일 롯데전에 복귀한 라이블리는 복귀 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복귀 직후 2경기를 호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후 2경기에서 잇달아 4실점 씩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3일 대구 두산전에서 5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2승째(5패)를 거두며 반등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음 경기였던 19일 KT전에서 또 다시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2020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8회말 역전을 허용한 삼성 허삼영 감독의 표정이 어둡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7.25/

삼성 허삼영 감독이 라이블리 부진의 원인을 두갈래로 진단했다.

물리적 원인은 낮아진 릴리스 포인트다.

"공이 작년만 아직 못하다"고 평가한 허 감독은 "올시즌 들어 릴리스 포인트가 낮아졌다. 그러면서 뜨는 공이 많아졌다. 갑작스레 연속적인 볼넷이 나오는 이유"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심리적 원인도 숨은 이유로 꼽았다.

"부상으로 스타트를 늦게 했다. 마음이 급할 것이다. 성과를 내고 싶은데 세게만 던지려고 하다 보면 침착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 라이블리의 피칭에서 조바심이 엿보인다. 승부욕이 과하다.

KT 에이스 데스파이네와 맞붙은 라이블리는 투지를 가득 품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경기 전 허삼영 감독은 "국내투수들과 달리 외국인 선수끼리는 보이지 않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있다. 비록 더운 날씨지만 라이블리의 투쟁심을 지켜보는 맛도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나친 승부욕이 화근이 됐다. 1회를 K-K-K로 마치면서 힘으로 제압하려고 덤벼들다 2회에 5실점으로 무너졌다. 3회 강백호에게 패스트볼 승부를 걸다 쐐기포까지 허용했다.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온 라이블리는 분을 참지 못하며 글러브를 패대기 쳤다.

폭풍 같던 격정이 지난간 뒤 마음을 가라앉힌 라이블리.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았다. 4회부터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슬라이더, 투심, 커트, 커브 등 변화구를 두루 섞은 강약 조절의 템포 피칭으로 KT 상위 타선을 잠재웠다. 4,5회 두 이닝을 단 23구 만에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처음부터 힘 대신 타이밍 싸움으로 경기를 운영해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남았던 장면.

비록 쓰라린 결과를 안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그래서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보여줄 시간이 없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외국인 선수에게 독이다. '승부사' 라이블리가 KT전의 아쉬움을 교훈 삼아 후반기 삼성 대반격의 선봉에 설지 지켜볼 일이다.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삼성
삼성 선발투수 라이블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2020년 8월 19일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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