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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해 '심판재량 비디오 판독'이 있었다.
9회말 KT 승리 세리머니가 어색해졌다. 비디오 판독 타이밍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재량' 여부를 놓고 '특정팀에게 한차례 판독 기회를 더 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논란이 되자 2020 시즌을 앞두고 KBO 이사회는 심판재량 비디오판독을 한 시즌 만에 폐지했다.
심판재량 비디오판독은 심판 스스로 오심 가능성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한다.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심판이 내린 결정을 그가 속한 조의 다른 심판이 오심으로 지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심판재량 비디오판독은 원심으로 억울한 팀 감독의 항의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특정팀에 비디오판독 기회를 한번 더 준 것이 아니냐'는 볼 멘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심판재량 비디오판독은 없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렸어야 했을 제도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심판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최선. 하지만 특정팀의 항의를 받고 판독을 요청해도 문제가 될 건 없다. '심판 재량'의 취지를 살려 불필요한 항의는 안 받아들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우 4심 합의로 소신 있게 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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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심판재량 비디오판독의 부재가 화근이 됐다.
22일 고척 KIA 타이거즈-키움 히어로즈전. 8회말 키움 이정후의 중견수 플라이가 2루타로 둔갑했다. 우중간 타구를 KIA 중견수 김호령이 점프 캐치했지만 최수원 2루심은 안타를 선언했다. 공이 글러브에서 튕겨나가 펜스에 맞은 뒤 다시 잡은 것으로 판단했다. 중계 화면 상으로도 얼핏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리플레이 화면에서 공은 김호령의 글러브 안에 머물고 있었다. 경기 후 KBO가 공식 인정했을 정도로 명백한 오심이었다.
역대급 오심. 하지만 바로잡을 방법이 없었다. KIA가 2차례의 판독 기회를 이미 다 사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심판재량 비디오판독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오심의 방치. 모두가 괴로워졌다.
화근이 된 오심으로 역전패 하며 5연패 수렁에 빠진 KIA는 물론, 찜찜한 2루타를 얻은 이정후도 다른 측면에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오심 당사자인 최수원 심판은 거센 비난과 불명예 속에 두고두고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심판재량 비디오판독은 오심을 수정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승패가 갈리는 야구에서 어떤 판정도 제로섬 게임일 수 밖에 없다. 한 팀에 유리한 결정은 상대 팀에는 불리한 결정이 된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번복이 가능한 명백한 오심을 그대로 방치한 채 경기를 진행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기계적 형평성 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정확성이다. 오심이 반복되면 신뢰가 무너진다. 심판재량 비디오판독의 부활이나 이제 준하는 제도의 신설이 필요한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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