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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9세 신인의 가을야구 데뷔전이라 믿기 힘든 쾌투였다.
소형준을 선발 예고했던 KT 이강철 감독은 '한계점'을 5이닝 전후로 봤다. 7월 이후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온 소형준의 능력에 신뢰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노련한 두산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긴 이닝을 끌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경기 초반에 흔들리면 조기 강판이라는 수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형준은 경기 내내 무심한 표정 속에 마운드를 지켰고,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에 춤을 췄다.
이 감독은 경기 후 "분위기에서 밀릴 수 있었던 경기를 소형준이 잘 끌어가면서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더할 나위 없었다. 국가대표급 투수가 나온 것 같다. 내 현역시절보다 훨씬 잘한 것 같다. 누구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강팀 두산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소형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패배라는 결과를 떠나 소형준이 보여준 투구 내용만 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찬사였다.
소형준의 쾌투는 내년 도쿄올림픽 준비에 시동을 걸 김경문호에게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은 수 년째 이어져 온 마운드, 특히 선발 투수 확보였다. 지난해 프리미어12까지 대표팀 마운드의 원투펀치 역할을 했던 양현종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것이 유력한 상황. 올 시즌 전반기 무패 투수로 위용을 떨쳤던 구창모(NC 다이노스)가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후반기 부상에 신음하면서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런 와중에 가을 잔치를 수놓은 소형준의 투구는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이제 데뷔 시즌을 치르는 신인 투수에게 향하는 시선과 기대는 과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을야구에서 빛난 영건의 당찬 투구는 야구계 뿐만 아니라 도쿄올림픽 금빛 꿈을 꾸는 대표팀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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