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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18년만의 첫 가을야구' 박경수의 간절함, 업셋 기적의 씨앗을 뿌리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11-10 09:06


2020 KBO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9회말 KT 박경수가 내야땅볼을 치고 1루에서 슬라이딩을 해 세이프되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9/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9회말 선두타자 KT 박경수가 내야 땅볼을 친 뒤 1루로 몸을 날리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9/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T 9회말 선두타자 박경수가 내야안타를 치고 진루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11.09/

[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T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6)는 시리즈 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 가을야구를 또 못 뛸 뻔 했기 때문이다.

박경수는 지독하게도 가을 운이 없었다.

2003년 1차지명으로 LG트윈스에 입단했지만, 기나 긴 암흑기가 시작됐다. 팀이 아예 가을무대를 밟지 못했다.

군복무를 마친 직후인 2013년에는 하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5년 신생팀 KT위즈로의 이적. 가을야구 진출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시즌 막판 또 한번 햄스트링을 다쳤다. 눈 앞이 깜깜했다. 치료 시간이 필요했다. 후배들이 시간을 벌어줬다. 막판 불끈 힘을 내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선수들이 2위까지 잘해줬고. 트레이닝 파트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재활을 시켜줘서. 시즌 막판 홈경기 등록될 수 있었어요.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게임에 임해야죠."


인연이 없나 보다 체념했던 가을야구가 기적 처럼 박경수의 눈 앞에 펼쳐졌다.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코로나19 여파 속 유례 없는 한파. 직격탄을 맞은 야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선배들의 반 강제 은퇴 소식.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 간절하게 기다렸던 축제 첫날,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1~2년 선배들이 은퇴한다는 기사를 많이 보고 사실 마음이 무거웠어요. 저는 운 좋게 축제를 즐기고 있는 입장이죠. 만감이 교차하네요."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기전, KT 박경수가 타격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11.09/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KT 박경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9/
우여곡절 끝에 맞은 가을야구 첫 무대. 박경수는 첫 두 타석에 범타로 물러났다. 2회 선두 타자 출루로 맞은 무사 1루 찬스에서 삼진이 아쉬웠다. 두산 선발 플렉센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18년을 기다린 무대.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두 타석 범타 후 박경수는 7회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하며 시동을 걸었다. 2-3으로 뒤진 9회말. 박경수의 투혼이 빛났다.

이영하의 공을 당겨 유격수 쪽 깊숙한 땅볼을 날렸다. 김재호가 전력을 다해 1루로 송구했다. 뛰어들어갔어도 세이프 타이밍. 하지만 박경수는 주저 없이 몸을 날렸다. 흙먼지도 날렸다.

한국나이 서른 일곱 박경수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최선' 뿐이었다.


2020 KBO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두산 허경민이 좌측 펜스를 맞추는 안타를 치고 2루로 뛰다 KT 좌익수 조용호의 송구로 태그아웃됐다. 허경민과 KT 선수들이 박경수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9/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1사 두산 허경민이 안타를 날린 뒤 2루를 노렸지만 KT 2루수 박경수에게 태그 아웃 당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9/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1사 두산 허경민이 안타 때 KT 박경수가 2루에서 주자와 충돌 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9/

2020 KBO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두산 허경민이 좌측 펜스를 맞추는 안타를 치고 2루로 뛰다 KT 좌익수 조용호의 송구에 이은 2루수 박경수의 태그로 아웃되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9/

2020 KBO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두산 허경민이 좌측 펜스를 맞추는 안타를 치고 2루로 뛰다 KT 좌익수 조용호의 송구에 이은 2루수 박경수의 태그로 아웃되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9/

2020 KBO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두산 허경민이 좌측 펜스를 맞추는 안타를 치고 2루로 뛰다 KT 좌익수 조용호의 송구에 이은 2루수 박경수의 태그로 아웃되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09/
공격이 전부가 아니었다. 수비에서도 그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0-0이던 7회초. 6회까지 혼신의 85구를 뿌린 루키 소형준이 지쳤다. 악력이 떨어지며 공이 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했다. 노련한 두산 타자들이 먹이감을 놓칠 리 없었다.

슬금슬금 정타가 늘었다. 1사 후 허경민의 타구가 왼쪽 펜스를 직격했다. 발 빠른 허경민, 당연히 2루로 달렸다. 하지만 좌익수 조용호가 기민한 펜스플레이에 이어진 완벽한 송구를 박경수에게 연결했다.

박경수는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들어오는 허경민의 발과 2루 베이스 사이에 주저 없이 글러브를 넣었다. 비디오 판독 논란을 막기 위한 확실한 태그 플레이. 하지만 대가가 따랐다. 날카로운 스파이크 징 끝이 글러브 안 박경수의 왼손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아웃을 잡아낸 뒤 타임을 요청한 박경수는 그제서야 극렬한 통증을 호소했다. 놀란 트레이너가 뛰어 나와 응급 조치를 했다. 공-수에서 몸을 아끼지 않은 투혼의 박경수.

KT는 비록 1차전을 아쉽게 놓쳤지만 18년 차 '가을야구 신입생' 박경수는 벤치의 혼을 불러일으켰다.

박경수가 깨운 KT 선수단의 투지.

시리즈 향방, 속단하긴 어렵다. 1차전 승리 팀의 81.3%의 시리즈 승리 확률이 무색해질 지도 모른다.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소형준이 두산의 6회초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후 박경수와 환호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11.09/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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