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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윌리엄 쿠에바스(KT 위즈)의 첫 가을야구는 눈물이었다.
회심의 카드로 지목됐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쿠에바스를 불펜 대기시키는 초강수를 던졌다. 선발 투수 소형준이 버텨주고 승기를 잡는다면 쿠에바스를 굳히기 카드로 활용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양팀 타선이 침묵하는데 0의 행진이 7회까지 이어졌고, 이 감독은 소형준에 이어 쿠에바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사구와 안타로 두 명의 주자를 내보냈고, 결국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쿠에바스는 이날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최대 회전수(RPM) 2800 후반대의 투심을 앞세웠고, 포수 장성우의 리드에 맞춰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찔렀다. 7회까지 두산 타선에 내준 안타는 단 두 개뿐이었다.
이날 만큼은 위기의 순간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했다. 4회말 2사후 자신의 송구 실책, 6회말 선두 타자 땅볼 유도 후 유격수 실책으로 무사 2루 상황에 놓이고도 후속 타자를 범타로 유도하면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쿠에바스의 역투 속에 버티기에 성공한 KT는 8회초 5득점 빅이닝을 만들면서 승기를 잡았다. 벤치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쿠에바스의 얼굴도 그제서야 화색이 돌았다.
5-0 리드 속에 8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쿠에바스는 1사후 오재원에게 좌중월 솔로포를 맞으면서 첫 실점 했다. 박건우를 땅볼 처리한 순간 투구수는 99개. 쿠에바스는 벤치를 향해 '더 던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기어이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뽑아내며 팀 승리를 굳혔다. 벼랑 끝에 처한 KT를 구한 역투의 화려한 피날레였다. 8이닝 1실점 선발승, 팀은 5대2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뒀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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