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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컨디션은 좋았다. 승리투수 요건도 머지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판단했다.
경기 양상은 답답했다. 파티뇨는 150㎞가 넘는 위력적인 직구로 토론토 타선을 압도했다. 토론토 타선이 한바퀴 돈 3회 2사후에는 정반대로 제구력 위주의 투수인 조시 플레밍이 등판해 토론토 타자들을 흔들었다.
이날 경기는 산티아고 에스피날의 천금같은 결승타로 토론토가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이 갑작스레 빠진 공백도 철벽 불펜이 잘 메웠다.
엉덩이에 불편함을 느낀 순간 류현진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난 2019년 자신의 메이저리그(MLB) 100번째 등판 경기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2019년 4월 8일,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전에 등판했다. 앞선 2경기에서 각각 6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오랜 부상을 딛고 모처럼 경쾌한 출발을 보이고 있던 상황.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전은 그렇지 못했다. 첫회 마르셀 오수나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고, 2회 2사 후 왼쪽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검진 결과 류현진의 부상은 왼쪽 사타구니 염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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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류현진은 5월 6경기에 선발등판해 5승 평균자책점 0.59로 맹활약하며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고, 이해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로 생애 최고의 기록을 냈다, 사이영상 후보 2위의 영광은 덤. 이 같은 호성적을 바탕으로 4년 8000만 달러의 좋은 조건에 토론토 이적에도 성공했다.
류현진의 부상에 대해 토론토 구단은 "경미한 (오른쪽)둔부 긴장(minor glute strain)"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햄스트링 파열 등의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엄연한 부상이다. 그때와 비슷한 부위에 통증을 느낀 류현진의 머릿속에 2019년 4월이 떠올랐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부상은 아닌 것 같다. 부상자 명단(IL)까지 안 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2014년 8월의 오른쪽 둔부 염좌 상황과의 비교를 부탁하자 "부위도 다르고, 그때 느낌도 아니다. 지금은 경미한 정도"라며 "그때는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아픈 느낌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때와는 다른 것 같다. 내일부터 다시 훈련할 생각이다. 불펜(피칭)에서 10~15개 던지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2019년(4월)과 비슷한 상황이다. 투구를 빨리 중단하길 잘했다. 덕분에 (부상이)깊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는 투구 내용이 좋았다. 제구도 괜찮았는데 안타깝다. 오늘 내가 빨리 강판하는 바람에 불펜 투수가 많이 투입됐다.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개막 이후 불펜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잘 걸어다니더라"면서도 "상태를 지켜보겠다. (류현진 대신)트렌트 손튼이 대신 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토론토는 네이트 피어슨, 토마스 해치, 로스 스트리플링이 잇따라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하지만 프로에겐 건강이 최우선이다. 메이저리그 시즌은 길다. 류현진으로선 현명한 판단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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