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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조직 내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남들에 뒤지면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이를 지켜보는 관리자의 마음도 안타깝다.
KIA는 그해 9월 4경기 연속 완투승 기록을 세웠다. KBO리그 역대 4번째이자 타이거즈 통산 첫 번째 대기록이었다. 9월 23일 서재응이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 25일과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김진우와 윤석민, 이어 28일 헨리 소사가 광주 SK 와이번스전서 완투승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소사의 완투 과정이 참으로 힘겨웠다. 그는 완투를 의식한 탓에 초반 제구가 흔들려 3회까지 58개의 공을 던졌다. 완투는 어려워 보였다. 경기 중반 맞혀잡는 피칭으로 투구수를 아꼈지만, 8회에 이미 120개를 초과했다. 그러나 그는 완투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결국 6대1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가 무려 150개에 달했다.
이 감독은 "나도 (1990년대 해태 시절)선동열, 조계현, 김정수 등 형들이 잘 하고 있으면 부담감이 있었다"며 "아마 선발진 사이에는 그런 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발투수간 경쟁의식은 특히 외국인 투수들 사이에서 눈에 띈다. 원투 펀치로 선발 마운드를 대표하니 등판할 때마다 비교되고, 다음 시즌 재계약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의 이같은 선발진 경쟁의식은 팀내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KT 선발 로테이션은 리그 최강급이다. 토종 3총사인 고영표 배제성 소형준이 안정감을 보이고 있고, 에이스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시즌 초반부터 이닝 이터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외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정상 컨디션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그는 이날 키움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10안타를 얻어맞고 10실점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지금 올라와 주면 운영이 잘 될 것 같은데. 본인은 속으로 애가 탈 수도 있다"고 했다.
쿠에바스는 KT 입단 첫 시즌인 2019년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등 13승11패, 평균자책점 3.62를 올리며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2020년 1선발 자리를 신규 영입 데스파이네에게 내줬다. 시즌 중간에는 부상으로 3주간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올해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등 담증세로 로테이션 합류가 늦어졌다.
팀내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데스파이네와 경쟁을 언급할 상황도 아니다. 이날까지 4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8.00. 승부욕이 강하고 예민한 성격인 그가 이 난관을 헤쳐나갈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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