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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야구를 즐기려면 이대호 강백호 이정후 정도 재능은 돼야한다. 난 하루하루가 절박하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신고선수로 시작해 한때 부산의 주전 2루수를 꿰찼다. 2015년 생애 첫 타율 3할을 달성하고, 연봉은 2억을 넘겼다. 롯데 내야수 정훈의 '리즈 시절'이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가리켜 '머리로만 준비하고, 몸은 누워있던 시절'이라고 표현했다. 야구에 소홀했고, 자만심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허무하게 전성기를 놓쳤다.
"'앞으로 한 5년 계속 3할 치고, FA도 해야지'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놓친 주전 자리, 돌아오는데 5년 걸렸다. 이젠 경기전 '오늘 시합에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너무 행복하다. 이 기회를 다신 놓치고 싶지 않다."
OPS(출루율+장타율)가 1년만에 0,802에서 0.700으로 추락했고, 롯데가 외국인 내야수 앤디 번즈를 영입하면서 벤치로 밀렸다. 2015년과 2016년 2억1000만원을 찍었던 연봉은 어느덧 64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그래도 정훈은 '결국 롯데 주전 2루수는 나'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있었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2019년 절친 김문호가 방출된 순간, 비로소 등골이 오싹했다.
"나 이대로 은퇴할 수도 있겠는데? 갑자기 현실이 확 와닿더라. (이)대호 형하고 그렇게 친한데, 야구 한참 못하면서도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서 태연한척 했다. 그때 처음 '형 어떻게 해야돼요' 조언을 구했다. 그전엔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고만 생각했다. 그때 깨달았다. 이대호가 왜 그렇게 수퍼스타로 롱런할 수 있는지. '천하의 이대호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이런 선수를 옆에 두고 난 뭘 했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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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루홈런에 대해서도 "운이 좋았다"고 단언했다. 외야플라이를 치자, 1타점만 하자, 공을 띄우자는 생각으로 친게 홈런이 됐다는 것.
이대호와 안치홍이 차례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정훈은 4번타자 1루수로 나서고 있다. 평생의 첫 경험이지만, 4번 타순에서 타율 3할3리(33타수 10안타) 8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베테랑인 만큼 꼴찌에 머물고 있는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과 압박감도 느끼고 있다. 정훈은 "이대호 형의 자리다.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어떻게든 매타석 출루하자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올시즌 롯데는 이상하리만큼 홈에서 부진했다. 전날까지 6승1무17패(승률 0.261), 홈 5연패 중이었다.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9대0으로 앞서다가 10대10 무승부로 끝난 경기도 있었다. 선발 프랑코 역시 원정에선 5경기 3승 평균자책점 2.48, 홈에선 5경기 3패 평균자책점 9,15로 '극과 극'. 정훈은 "오늘은 끝까지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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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 선수들이 잘하고, 우리(베테랑)가 뒷받침하면서 잘되고 있다. 승부처에서 강해지려면, 결국 많이 이겨봐야한다. 남은 시즌 다치지 않고 끝까지 뛰는 게 목표다. 타율 3할과 15~20홈런도 한번 노려보겠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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