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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고졸 2년 차 내야수 김지찬(20). 그에게 17일 잠실 두산전은 악몽의 하루였다.
허경민의 3-유간 빗맞은 땅볼 타구가 깊었다. 빠른 풋워크로 잡는데 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송구는 욕심이었다. 불안한 자세에서 2루로 빠르게 뿌린 공이 2루수 강한울 옆으로 빠졌다. 그 사이 2루주자가 홈을 밟아 3-0. 추가 실점을 허용한 송구 실책이었다.
김지찬은 직후 이닝인 3회초 어이 없는 주루 실수까지 범했다.
1사 후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김지찬은 호시탐탐 2루 도루를 노렸다. 발로 실책을 만회하겠다는 굳은 의지.
낌새를 챈 두산 최원준이 잇달아 빠른 견제 3개를 하며 잔뜩 경계를 했다. 텐션이 높아진 시점.
김응민의 타구가 우익수 쪽에 떴다. 빠르게 스타트를 한 김지찬은 멈출 생각 없이 2루를 지나쳤다. 강명구 코치의 외침이 들렸다. '아차'한 그가 뒤늦게 돌아왔지만 늦었다. 1루에서 포스아웃.
너무 잘하려던 몰입이 아웃카운트 착각을 부른 순간. 혼이 나간 듯 고개를 숙인 김지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수비 실책도 모자라 어이없는 주루 미스까지, 스스로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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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 주루 코치가 빠르게 다가가 토닥였다. 수비 하러 나오던 강한울도 후배를 다독였다. 캡틴 박해민은 아예 수비를 위해 외야로 가다 말고 김지찬 앞에 멈춰 섰다. 백허그를 하며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주지 시키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이닝 교대 시간에는 강명구 코치가 수비를 마치고 들어온 김지찬의 머리에 얼음주머니를 얹어주며 위로했다.
0-3으로 뒤진 5회초 2사 1,2루 찬스. 김지찬은 어떻게든 찬스를 살리려 했지만 결국 2루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망연자실 하게 그라운드에 선 그의 주위로 이원석 강한울 김헌곤이 모여 또 한번 막내를 위로했다.
재기 넘치는 창의적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주는 막내. 자칫 실수에 상처 받아 의기소침해지는 걸 막기 위한 선배들과 코치의 따뜻한 배려였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오늘 아픔이 찬란한 내일 영광의 밑거름이 되리라는 사실을….
좋은 팀 분위기를 여과 없이 보여준 훈훈한 장면. 삼성이 괜히 상위권을 달리는 게 아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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