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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용규놀이' 때문이 아니었다.
장성우는 팀 동료인 데스파이네 이야기를 먼저 듣고 난 뒤, 경기 후 선배 이용규를 찾아가 오해를 풀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했다.
장성우는 "(데스파이네 말이) 용규 형이 파울을 많이 내서 그런 게 아니라고 하더라. 2구째 파울을 치고 크게 아쉬워 하는 제스처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합 마치고 용규 형하고 건창이 형을 만나 설명을 했다. 용규 형이 '소리를 지를 수는 있는데 왜 내 앞에서, 나를 보고 하느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다. 데스파이네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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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0-0이던 3회 초 2사 1, 2루, 이용규 타석 때 벌어졌다.
2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던 이용규는 직전 타석까지 데스파이네에게 11타수5안타를 기록한 '천적'. 이용규는 투스트라이크를 먼저 먹고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2회까지 46구로 투구수가 많았던 데스파이네로선 빨리 이닝을 끝내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던 상황. 결국 71구 째 만에 1루 땅볼을 유도했다.
아쉬움 속에 탄식하며 1루를 향하던 이용규. 덕아웃으로 향하던 데스파이네가 1루로 뛰던 이용규가 지나가기 직전 느닷없이 소리를 질렀다. 예상치 못한 큰 소리에 깜짝 놀란 이용규가 지나친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팔을 벌리며 항의 표시에 데스파이네가 맞서면서 거의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동료들이 뛰어나와 말리면서 상황은 일단락.
이 사건으로 순식간에 양 팀 벤치 분위기가 미묘해 졌다.
직후 이닝인 3회말 2사 후 키움 한현희의 2구째에 조용호가 다리를 맞았다. 빠른 공 2개가 연속으로 타자 몸쪽 아래쪽을 향했다.
이용규 처럼 커트를 잘하는 조용호에 날아든 사구. KT 벤치로선 고의성 있는 빈볼로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조용호의 항의 후 한현희는 바로 모자를 벗어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양 팀 선수들 일부가 나와 벤치클리어링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벤치에 있던 장성우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비가 내리면서 덥고 습해 불쾌지수가 치솟았던 수원KT위즈파크. 삭이지 못한 짜증으로 표출된 비매너와 이에 대한 과잉대응이 자칫 큰 충돌로 번질 뻔 했던 하루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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