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꼴찌 한화, 투수들이 강백호보다 더 무서워하는 타자가 나타났다[SC줌인]

최종수정 2021-10-11 05:15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KBO리그 KIA와 한화의 더블헤더 1차전. 3회말 2사 2루 정은원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투수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타자는 어떤 유형일까.

안타-홈런은 아닐 것이다. 승부를 위해 던진 공이 인필드 타구가 되면 그것으로 상황은 정리되고, 투수는 다음 타자를 상대하면 된다. 하지만 타석에서 유인구에 좀처럼 쉽게 넘어오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유형의 타자라면 투수 입장에선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화 이글스 정은원(21)은 올 시즌 KBO리그 투수들의 '경계대상 1호'로 꼽을 만하다. 지난 9일까지 규정 타석을 소화한 KBO리그 타자 중 정은원은 상대 투수에게 공을 가장 많이 던지게 한 투수다. 총 2541개의 공을 상대했다. 부문 2위(2345개)이자 KBO리그 수위 타자인 강백호(KT 위즈)를 아득히 뛰어 넘는 수준. 타석 당으로 따지면 4.47개로 역시 부문 1위다. 리그 평균(3.95개)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공만 많이 보는 게 아니다. 4할대 출루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차분하게 공을 기다리면서 안타 뿐만 아니라 볼넷으로도 출루 기회를 만든다. 10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선 1999년 당시 삼성 소속이던 '전설' 이승엽이 세운 한 시즌 100볼넷 최연소 달성 기록(23세0개월11일)을 경신(21세8개월23일)했다. 세 자릿수 볼넷을 달성하는데 고의4구는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순도가 높다.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2003년 현대 심정수가 세운 고의4구를 제외한 한 시즌 최다 볼넷 기록(107개)도 무난히 뛰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 시즌 한화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일찌감치 정은원의 출루 능력에 주목했다. 공격적 주루 플레이와 함께 출루율에 높은 점수를 매겼던 그는 공을 보는 눈이 탁월하면서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온 정은원을 리드오프로 낙점했다. 때론 "정체됐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정은원을 타선의 코어 선수로 분류하면서 그의 활약을 발판으로 개인과 팀 전체의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은원은 단순 출루 뿐만 아니라 도루, 득점권에서의 타격 모두 준수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10일 현재 2루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 1위를 기록하는 등 한화 선수단 내에서 수베로 감독의 철학을 가장 잘 수행하는 선수일 뿐만 아니라 KBO리그 최고의 2루수로 거듭나고 있다.

정은원은 지난해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손목 근처인 좌요골 골절로 79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부상 복귀 후 첫 시즌, 긴 시즌을 치르며 이어진 타격 기복에도 꾸준히 자리를 지키면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부분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30년 간 지도한 선수 중 정은원은 최상위 선구안을 가진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공을 인식하는 능력이 타고난 것 같다"며 "선구안 뿐만 아니라 타격 역시 물이 오르고 있다. 시즌 초반엔 밀어치는 단타 위주였지만, 지금은 당겨쳐서 장타까지 만들고 있다. 가진 게 많고 재능이 충만한 선수"라고 엄지를 세웠다. 그는 "정은원은 전성기 시절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를 연상케 한다. 물론 보토보다 파워가 모자라지만, 공을 골라내는 측면에선 보토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며 "정은원은 올해 21세에 불과하다. 구단 육성 프로그램대로 잘 성장해준다면 얼마나 무서워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리빌딩 첫 시즌, 가시밭길은 감수했지만 또 다시 드리운 꼴찌 그림자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KBO리그 투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타자 한 명을 얻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재테크 잘하려면? 무료로 보는 금전 사주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