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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투수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타자는 어떤 유형일까.
공만 많이 보는 게 아니다. 4할대 출루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차분하게 공을 기다리면서 안타 뿐만 아니라 볼넷으로도 출루 기회를 만든다. 10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선 1999년 당시 삼성 소속이던 '전설' 이승엽이 세운 한 시즌 100볼넷 최연소 달성 기록(23세0개월11일)을 경신(21세8개월23일)했다. 세 자릿수 볼넷을 달성하는데 고의4구는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순도가 높다.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2003년 현대 심정수가 세운 고의4구를 제외한 한 시즌 최다 볼넷 기록(107개)도 무난히 뛰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 시즌 한화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일찌감치 정은원의 출루 능력에 주목했다. 공격적 주루 플레이와 함께 출루율에 높은 점수를 매겼던 그는 공을 보는 눈이 탁월하면서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온 정은원을 리드오프로 낙점했다. 때론 "정체됐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정은원을 타선의 코어 선수로 분류하면서 그의 활약을 발판으로 개인과 팀 전체의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은원은 단순 출루 뿐만 아니라 도루, 득점권에서의 타격 모두 준수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10일 현재 2루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 1위를 기록하는 등 한화 선수단 내에서 수베로 감독의 철학을 가장 잘 수행하는 선수일 뿐만 아니라 KBO리그 최고의 2루수로 거듭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30년 간 지도한 선수 중 정은원은 최상위 선구안을 가진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공을 인식하는 능력이 타고난 것 같다"며 "선구안 뿐만 아니라 타격 역시 물이 오르고 있다. 시즌 초반엔 밀어치는 단타 위주였지만, 지금은 당겨쳐서 장타까지 만들고 있다. 가진 게 많고 재능이 충만한 선수"라고 엄지를 세웠다. 그는 "정은원은 전성기 시절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를 연상케 한다. 물론 보토보다 파워가 모자라지만, 공을 골라내는 측면에선 보토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며 "정은원은 올해 21세에 불과하다. 구단 육성 프로그램대로 잘 성장해준다면 얼마나 무서워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리빌딩 첫 시즌, 가시밭길은 감수했지만 또 다시 드리운 꼴찌 그림자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KBO리그 투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타자 한 명을 얻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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