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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같은 짜릿한 무승부, '쫓기는 자'의 조바심 극복한 삼성의 대권 희망가[SC줌인]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1-10-25 00:04 | 최종수정 2021-10-25 06:05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과 SSG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삼성 강민호가 SSG 김택형을 상대로 동점 투런홈런을 날렸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강민호.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0.24/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심리 차이.

엄청난 차이가 있다.

KT와의 2경기를 모두 이기며 121일 만에 선두로 등극한 삼성 라이온즈. 24일 대구 SSG전에서 단 하루 만에 1위를 내주는 일일 천하가 될 뻔 했다. 하루 아침에 달라진 입장 차, 부지불식 간의 부담감 탓이었다.

1위로 맞은 첫날. 삼성 허삼영 감독은 방심도, 초조함을 모두 경계했다. 1위 수성에 나서게 된 선수단의 심리변화를 묻자 이런 대답을 했다.

"성취감은 생길 수 있지만 끝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자만하거나 나태하지는 않을겁니다. 선수들 모두 다 창원까지 갈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1위 탈환의 성취감이 있는 만큼 오늘 경기에 더 집중할 겁니다."

자만도 나태도 없었다. 오히려 지키려는 부담감에 초반 발목이 잡혔다.

1위로 맞이한 24일 SSG와의 시즌 최종전 홈경기. 다승왕 뷰캐넌과 루키 김건우의 선발 맞대결.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경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전날까지 짜임새 있던 타선이 초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불펜 짧게 이어 던지기로 맞선 SSG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다. '쫓는자→쫓기는 자'로의 변화. 심리적 조바심이 문제였다.


1회부터 5회까지 이어진 득점 찬스가 번번이 맥이 끊겼다. 평소 잘해주던 베테랑 타자들 조차 조바심이 엿보였다. 1,2회 김건우가 라이온즈파크의 많은 삼성팬들의 우렁찬 응원 속에 흔들렸다.

1회 연속 볼넷으로 2사 1,2루, 2회 볼넷과 2루타로 2사 2,3루에 몰렸다. 하지만 딱 한방이 아쉬웠다. 베테랑 타자들이 연속 이닝 삼진으로 문을 닫았다.

3,4회는 볼넷과 안타로 선두타자가 출루했지만 연속 이닝 병살타가 이어졌다. 5회 2사 1루에서는 1루주자가 견제에 걸려 2루에서 아웃되고 말았다.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과 SSG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2사 1루에서 오태곤의 내야땅볼 타구가 문승훈 2루심에게 맞았다. 김상수가 뷰캐넌에게 볼을 건네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0.24/
수비 역시 긴장감이 엿보였다.

유격수 김지찬은 3회와 4회 잇달아 선두 타자 타구에 송구 실책을 범하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3회 무사 2루 위기는 뷰캐넌이 노련한 피칭으로 후속타자를 실점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4회는 천하의 뷰캐넌도 두번 연속 강제위기는 넘지 못했다. 1사 1,3루에서 박성한에게 땅볼을 유도했지만 병살타를 만들지 못하면서 선제 실점을 하고 말았다.

뷰캐넌은 7회 한유섬에게 홈런을 맞기 전까지 3안타를 모두 내야안타로 내줄 만큼 SSG 타선을 철저히 봉쇄했다.

하지만 수비와 타선 지원 없이 홀로 외롭게 마운드를 지켜야 했다. 타구가 2루심에 맞고 부러진 배트가 날아오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버티고 버티던 뷰캐넌은 결국 0-1이던 7회 2사 2루에서 대타 한유섬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외야 쪽으로 허용한 딱 하나의 안타가 홈런으로 이어졌다. 시즌 스무번째 퀄리티스타트가 자칫 패전이 될 뻔 했던 하루.

하지만 올 시즌 홈 고별전에 8576명으로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우며 라팍 내야를 가득 메운 홈 팬들이 '8회의 기적'을 일으켰다.

0-3으로 뒤지던 8회말. 드라마가 시작됐다.

1사 후 구자욱의 이틀 연속이자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시즌 22호 우월 솔로포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피렐라의 땅볼이 실책으로 이어지며 1사 2루. 강민호가 SSG 마무리 김태훈의 4구째 패스트볼을 통타해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3-3을 만드는 극적인 동점 투런포(시즌 18호). 3루 측 관중 모두를 자리에서 벌떡 일으켜 세운 짜릿했던 한방이었다.

정규시즌 1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자칫 라이온즈파크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었던 이날의 승부. 결국 삼성은 3대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다 진 경기를 비긴 마치 승리한 듯한 기분 좋은 결과였다.

가장 희망적인 성과는 삼성이 한번은 거쳐가야 할 '1위의 부담감'에 끝까지 짓눌리지 않고 경기 중 극복해냈다는 점이다.

한때 6게임 차까지 앞서다 5연패 속에 1위를 빼앗긴 KT나, 좀처럼 3위에서 반등하지 못하는 LG 모두 자신의 실력보다 '심리적 부담감'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역전승 만큼 짜릿했던 삼성의 1위 첫날 무승부는 그런 면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하루 천하를 회피하며 단독 1위를 지켜낸 삼성. 남은 3경기에서 정규 시즌 우승이란 가슴 설레는 결과를 현실화 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과 SSG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삼성 김지찬 유격수가 SSG 추신수의 내야땅볼 타구를 1루에 악송구하며 추신수를 2루까지 진루시켰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김지찬.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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