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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와 FA다' 이런 생각은 잘 안 든다. 내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두려움 반, 설렘 반의 심정이다."
비록 4년만의 가을야구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정 훈은 빛나는 1년을 보냈다. 중심 타선으로 활약하며 타율 2할9푼2리 14홈런 7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9를 기록했다. 종전 커리어하이였던 2015년 대비 1타석, 4안타가 적긴 하지만, 스스로 "2015년보다 낫다"고 단언할 만큼 최고의 시즌이었다.
정 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장타력의 발전이 눈부셨다. 지난해 11홈런이 첫 두 자릿 수 홈런이었는데, 올해는 3개를 더 쳤다. 이대호(19개) 한동희(17개)에 이어 팀내 홈런 3위다.
시즌초에는 중견수와 1루를 보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 후엔 1루에 전념하며 수 차례 호수비를 펼쳤다. 정 훈은 "사실 1루로 뛰면 타격에 집중할 수 있다. 뛰어다니지 않으니까 체력 세이브가 된다"면서도 "톱급은 아니지만, 외야수로도 중간 정도는 된다. 우리 팀에 어린 외야수들이 많았을 뿐"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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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기도 하고, 배도 아프다. 나도 저렇게 팬들 앞에서 뛰어야 하는데, TV 앞에 누워서 보는 건 아닌 거 같다. 팬들께 미안한 마음도 들고."
화제가 됐던 블루투스 타법에 대한 속내도 털어놓았다. 방망이를 던지다시피 맞혀도 안타를 만들어내는 정 훈의 '천재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몇몇 해설위원들은 "위험한 행동"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정 훈은 "몇번 말했듯이 일부러 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타가 나오니까 고맙긴 했는데, 놓친 방망이가 자꾸 투수 쪽으로 가니까…너무 꽉 쥐고 치려다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타격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으면 안되니까. 논란을 의식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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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어떨까. 정 훈은 보상선수가 필요없는 C급 FA다. 보상금(연봉의 150%)도 1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좋은 활약을 펼친 데다, 처음이자 마지막 FA가 될 가능성이 높고, 팀내에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도 적지 않다.
롯데 팬들 중에는 '다른 팀 갈 것 같다'며 어느 정도 내려놓은 분위기다. 하지만 정 훈은 "아직 구단하곤 얘기해보지 않았다"면서도 "팬들이 그렇게 말하면 솔직히 서운하다"며 펄쩍 뛰었다.
"작년 올해, 나이는 먹었지만 성적은 더 올랐다. FA는 해본 적도 없고, 실감이 안 나는 게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적은 나이가 아닌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도 난 롯데가 '우리 팀'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뛰었고, 내겐 가장 큰 상징이다. 남는 게 우선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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