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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신인이던 1992년, 스스로를 불살라 팀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17년의 선수생활, 6년간의 코칭스태프. 그리고 4년을 '야인'으로 보냈다.
2021년은 '안경에이스' 염종석이 자신의 인생에 '감독'이란 두 글자를 새긴 기념비적인 첫해다.
대학 입장에선 신입생 모집이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 냉정하게 보면 '염종석'이란 이름값이 아니었다면 이뤄지기 힘들었던 창단이었다. 스스로를 학교 홍보를 위해 내던지겠다는 각오, 야구부를 통해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다는 청사진이 통한 결과다.
부산을 대표하는 야구인의 책임감이다. 염 감독은 "부산에 야구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짧게는 7년, 길게는 10~12년씩 해온 야구를 프로 떨어졌다고 18살에 바로 놓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한번의 기회를 더 줄 수 있고, 보다 즐겁게 2년 더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잘하는 선수는 프로로 간다. 공부와 병행한 선수는 4년제를 지망한다. 결국 염 감독이 영입할 선수들은 드래프트 탈락 후 야구 포기를 고민하는 선수들이다. 그는 "6년째 해설을 하고 있지만, 평생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해본 건 선수 스카웃할 때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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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팀 중 5위까지 U리그 왕중왕전(올스타전)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있다. 창단 첫해 1학년 선수밖에 없는 동의과학대로 4위를 기록,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비록 1라운드에서 송원대에 패해 탈락했지만, 염 감독 개인에겐 뜻깊은 순간이었다.
U리그 외에도 전국대학야구선수권, 대통령기 등 2개의 토너먼트 대회가 있다. 6월에 열린 선수권에선 또 송원대를 만나 탈락. 8월의 대통령기에는 1회전에서 만난 경희대를 상대로 연장전 끝에 6대7로 석패했다.
"9회초까지 우리가 6-4로 이기고 있었는데, 9회말에 동점 투런포 맞고 연장에서 결국 졌다. 학교 난리나게 할 수 있었는데. 정말 아까웠다."
친구 정경택 코치, 롯데 후배 박지호 투수코치-황진수 수비코치와 함께 만든 팀이다. 프로팀에 몸담고 있을 땐 몰랐던, 회비를 받는 야구팀의 고충도 절절히 느낀다.
대학은 의무교육이 아니다. 시즌 도중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다. 동의과학대도 35명으로 시작한 팀이 겨울이 되니 20명밖에 남지 않았다. 염 감독은 "프로 갈만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대학야구에도 벽을 느끼는 선수들이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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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팀 감독에 방송국 해설, 대학 홍보까지 바쁜 1년을 보냈다. 염 감독은 "학교를 도와야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부산에 야구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고, 야구 좋아한다 하면 또 내 팬이고. 나도 기분 좋고 학교도 좋고. 내 이름 언제까지 써먹을 수 있으려나"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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