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주판알을 튕겼다. 2022시즌을 마치고 FA자격 취득이 예상됐던 투수 문승원, 박종훈과 외야수 한유섬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해 사인을 이끌어냈다. 이와 더불어 선수단 연봉협상도 10개 구단 중 가장 빠르게 마무리하면서 2022시즌 채비를 얼추 마무리했다.
장기 계약은 현재와 미래를 내다본 치밀한 계산. KBO리그를 대표하는 국내 투수인 문승원과 박종훈은 내년 뿐만 아니라 향후 SSG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핵심 전력이다. 두 선수가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는 것 만으로도 외인 원투펀치와 함께 선발진을 책임지면서 추후 선발 기대주들의 안정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한유섬 역시 공격에선 찬스에 강한 클러치 능력을 갖추고 있고, 수비에서도 코너 외야수로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 추신수-김강민 등 노장 선수들의 바통을 이어 받아 외야 중심축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뚜렷한 가치다. 리그 연봉 총액 상위권인 SSG 입장에선 이들이 내년 시즌 동시에 FA로 풀릴 때 외부 경쟁이 펼쳐지면 손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발 빠르게 핵심 전력을 지킨 것은 이런 현재, 미래 가치를 폭 넓게 바라본 결과물이다.
빠른 움직임을 통해 SSG는 향후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했다. 기존 핵심 전력을 지키면서 변수를 줄이고, 유망주 성장이라는 플러스 요인을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올 시즌을 마친 직후 외국인 코치 수혈, R&D 강화 등 퓨처스(2군) 육성 프로그램 재편에 중점을 뒀던 SSG의 움직임은 스토브리그를 통해 1군과 시너지를 향한 무브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그림자도 있다. 안정은 취했지만, 확실한 보강은 없었다. 베테랑 투수 노경은의 합류와 새 외국인 선수 케빈 크론, 이반 노바가 합류한 것 정도가 눈에 띈다. 이들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준다면 충분히 플러스 요인이 될 만하나, 반대라면 올 시즌 전력 구성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유망주 성장과 활용, 대체 자원 육성이라는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다가올 '샐러리캡 시대'에서의 무브도 고민거리. SSG는 2021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중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엔트리 등록 상위 28명 연봉 총액(88억9500만원)과 선수단 총 평균 연봉(1억7421만원) 모두 1위팀이다. 연봉 27억원의 '추신수 효과'가 컸다. 추신수가 같은 연봉 규모로 내년에도 SSG 유니폼을 입으면서 효과는 지속되는 가운데, 3명의 장기 계약자가 더해졌다. 재계약 대상자 연봉 협상 결과에 따라 규모는 달라질 수 있으나, 이변이 없는 한 새 시즌에도 SSG가 연봉 총액, 평균 연봉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시즌부터 시작될 샐러리캡이 향후 SSG의 전력 재편이나 외부 수혈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어떻게 전력을 재편하고 소비와 지출을 조절할지에 대한 고민도 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