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피해갈 곳은 없다. 믿을 건 오직 자기 자신 뿐이다.
선두 이용규에게 빗맞은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송성문을 1루 땅볼로 잡아내며 1사 2루. 이정후에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좌전 적시타로 실점했다. 푸이그를 좌익수 뜬공, 김혜성을 3루 땅볼로 잡고 임무를 마쳤다.
5명의 타자 중 무려 4명이 키움의 중심 좌타자. 캠프 첫 실전에 나선 사이드암스로 투수로선 부담스러운 순간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인 복귀 시즌에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리고 있는 투수. 벤치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사실 볼 카운트 싸움이 전부다. 투수가 볼 카운트를 앞서가며 지배하느냐, 끌려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과극이다. 김재영의 투구수가 늘어나며 다소 고전한 이유는 볼 카운트 싸움을 지배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정후가 리그 최고의 교타자였기 때문 만은 아니었다. 이름 값에 미리 신중했고, 결과적으로 3B1S의 배팅 찬스를 허용했다.
이날 이글스TV 자체 중계 해설을 맡은 투수 전문가 손 혁 코디네이터 역시 "김재영 선수는 풀타임 경험도 있고 구위 좋은 최고 140㎞ 후반대 공을 던지는 투수"라며 "완벽하게 던지려는 마음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영 처럼 140㎞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옆에서 뿌리는 투수는 흔치 않다. 오버스로 투수에 대입하면 5㎞ 가까이 더 빠르게 보이는 효과다. 게다가 우타자 몸쪽-좌타자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테일링도 있다. 볼끝이 좋다는 이야기다. 어떤 타자도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다.
희망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강타자 푸이그의 배트를 몸쪽으로 휘어지는 빠른 공으로 두동강을 냈다. 혀를 내두른 푸이그는 경기 후 "상대 투수들 모두 좋은 공을 던졌다. 두 번째 투수는 흔치 않은 유형의 투수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김재영을 기억했다.
|
더 이상 달아나지 않았다. 3구 연속 빠른 공을 한 가운데로 뿌리며 정면승부를 펼쳤다. 결과가 따라왔다. 자신감이 가미된 김재영의 공에 김혜성의 배트가 잇달아 밀렸다. 결국 3루 땅볼로 물러났다. 선발 투수를 희망하는 김재영이 추구해야 할 해법, 바로 공격적 피칭이었다.
푸이그의 방망이를 두동강 낸, 김혜성의 방망이를 밀리게 한 자신감을 실어 던진다면 충분히 희망적이다.
신예 시절 '제2의 임창용'으로 불렸던 투수. 구위 자체는 최상급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시즌 전까지 충전해야 할 마지막 과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