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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허구연이었나[SC시선]

기사입력 2022-03-11 19:38


2019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8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다. NC 이동욱 감독이 허구연 해설위원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9.18/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허구연 해설위원(71)이 야구인 출신 첫 KBO 수장에 오른다.

KBO는 11일 이사회를 열어 허구연 MBC 해설위원을 제 24대 KBO 총재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KBO는 공식발표를 통해 '향후 개최될 구단주 총회에서 재적회원 4분의 3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허구연 해설위원은 총재로 선출된다'고 밝혔다.

허구연 위원을 추천한 이날 이사회는 불과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속전속결이었다.

KBO 측은 "지난 이사회 때 이미 한차례 검증을 마쳤고, 대세가 (허 위원 쪽으로) 기운 만큼 빠르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각 구단 대표이사들이 각 그룹 내부 조율을 거쳐 이사회에 나온 만큼 구단주 총회는 무난히 통과할 전망. 바야흐로 야구인 출신 첫 총재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

KBO 수장은 출범 초기 정치인 총재 시절에 이어 그룹 관련 경제계 인사나 명망가가 맡아왔다. 허 위원이 추대될 경우 첫 야구인 출신 총재가 탄생하게 된다.

허구연 위원은 지난 2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총재 후보로 복수 구단의 추천을 받았다. 후보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KBO 정관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사회 해산 이후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다. 일부 구단이 내부 논의 끝에 입장을 바꿔 허 위원 추천에 속속 동참했다.


프로야구가 봉착한 위기가 현장 전문가 허구연 위원 등판을 불렀다. 당초 야구계는 구단주 급 새 총재를 물색했다. 하지만 상황이 썩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방역 수칙 위반으로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를 경험했다. 설상가상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년째 누적된 코로나19 여파로 각 구단 마케팅 수입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안팎으로 여러가지 악재가 겹친 한해였다. 민심도 흉흉해졌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거물급 인사가 KBO 수장을 선뜻 맡기는 부담스러웠다. 정지택 전임 총재가 남긴 2년 임기를 때운다는 모양새까지 겹쳤다. 인물난 속에 자칫 새 총재 선출이 장기화 할 수도 있던 상황.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야구대표팀과 키움의 평가전이 열렸다. 대표팀 경기를 지켜보던 박찬호, 허구연 해설위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경기에서 박찬호는 KBS 해설위원, 허구연은 MBC 해설위원으로 나선다.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07.25/


위기와 과도기를 타파할 구원투수로 허구연 위원 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미디어와 현장, KBO 행정까지 두루 소통이 가능한 인사. 무엇보다 허구연 위원의 가장 큰 장점은 야구에 대한 무한 애정과 발로 뛰는 부지런함이다. '허프라'라고 불릴 정도로 허 위원은 야구 인프라 구축에 온 마음을 다했다. 고척 대구 창원 등 새 구장 건립에 큰 역할을 했다. 야구장에 기부도 하고 용품 후원에도 적극적이다. 야구 발전에 대한 열정 만큼은 반대 세력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진심이다.

의욕도 충만하다. 위기의 한국 프로야구는 허구연 위원에게 새 총재로서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최초의 야구인 총재'라는 사명감도 가뜩이나 부지런한 그를 더 많이 뛰게 할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허구연 위원의 새 총재 추전은 그런 면에서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 KBO 이사회가 모처럼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넥센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허구연 해설위원.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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