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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주자 만루에 고의4구. 타자라면 누구나 꿈꿔볼 짜릿한 순간이다. 반면 투수에겐 평생 잊지 못할 굴욕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다.
당시 해태는 8회말 2-3으로 지고 있던 상황. 앞서 3회말 브리또의 사구 때 양팀 선수들이 벤치클리어링을 벌인 데다, 채종범과 브리또가 유격수 땅볼 직후 1루 경합 끝에 세이프가 선언됐다. 이에 김성한 감독은 그라운드에 모자를 집어던지는 등 격하게 항의했다.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한 시도였다. 사령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태는 추가 2실점. 점수차는 2-5로 벌어졌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SK 대타 윤재국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해태 포수 김상훈이 벌떡 일어섰다. 당시 투수는 윤형진이다. KBO리그 역사상 초유의 '밀어내기 고의 4구'였다. 이날 해태는 2대8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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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마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강혁은 대학교 3학년 때인 1995년, 대학야구 춘계리그 결승전 연세대와의 결승전에서 밀어내기 고의4구를 얻었다. 당시 연세대 선발투수는 임선동(전 현대 유니콘스). 임선동은 5-2로 앞서고 있던 2회 2사 만루에서 김충남 감독의 지시에 따라 강혁을 고의4구로 걸렀다. 주자 없이 맞붙은 다음 타석에선 강혁이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우승은 연세대의 차지였다. 결과적으로 사령탑의 지시는 옳았던 셈이다.
김주형은 동성고 2학년 시절인 2002년 홈런 4개를 쏘아올리는 등 '고교 본즈'로 유명했고, 화랑대기에서 맞붙은 부산고 장원준(두산 베어스)을 상대로 만루에서 고의4구를 얻어냈다. 이날 경기 역시 부산고가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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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4구를 지시받은 투수, 지시한 감독의 속내는 어떨까. 워렌은 "당연히 놀랐다. 하지만 감독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고, 믿었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매든 감독은 "시거에게 장타를 맞고 싶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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