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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작은 이익을 보려다가 큰 손실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속담이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레이스 감독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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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은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뒤 수술을 받았다. 11개월의 재활을 보내는 동안 샌디에이고를 떠나 탬파베이와 2년-3100만달러에 새로운 FA계약을 맺었다. 팀내 최고연봉(1300만달러)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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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즌 개막 이후에도 재활은 완료되지 않았다. 빠르면 5월에도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결국 대부분의 예상대로 7월이 돼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나마 전반기가 다 끝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점이 다행스러운 점이다.
이런 배경 속에 돌아온 김하성은 7번 유격수로 배치됐다. 하위타순이지만, 정확도와 파워가 모두 요구되는 타순이다. 당연히 수비도 잘 해줘야만 한다. 유격수라 아웃카운트를 처리할 일이 꽤 빈번하다. 공을 잡아 1루로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송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탬파베이는 조시 로(우익수)-얀디 디아스(지명타자)-브랜든 로(2루수)-주니오르 카미네로(3루수)-조나단 아란다(1루수)-제이크 맨검(좌익수)-김하성(유격수)-챈들러 심슨(중견수)-대니 잰슨(포수) 순으로 타선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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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은 3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첫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에 그쳤다. 5회초에도 1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그러나 7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세 번째 타석에서 바뀐 투수 브록 스튜어트를 상대로 깔끔한 좌전안타를 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어 후속 챈들러 심슨 타석 때 곧바로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이 도루는 김하성이 부상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알린 장면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11개월이나 재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김하성은 이런 나쁜 기억에 움츠러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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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타자 심슨이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 2루가 됐다. 다음 타자 대니 젠슨이 유격수 뜬공으로 아웃되며 1사 1, 2루가 됐다. 여기서 캐시 감독이 이해 못할 작전을 지시했다. 1, 2루 주자에게 더블 스틸을 지시한 것이다.
1점차 리드(2-1)를 벌리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2루 주자 김하성은 긴 재활을 마치고 이제 막 복귀전을 치른 인물이다. 사실 단독 2루 도루도 다소 무리한 시도였긴 하다. 그래도 김하성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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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김하성은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도루 이후)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났다. 내일 상태를 봐야겠지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며 담담히 말했다.
캐시 감독은 "김하성은 오른쪽 어깨가 아닌 종아리 문제로 교체됐다. 가벼운 부상이다. 큰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험 상황을 지시해놓고, 요행을 바라는 상황이다. 김하성과 캐시 감독의 바람처럼 종아리 상태가 금세 호전된다면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만약 김하성이 다시 어깨를 다쳤다면 캐시 감독은 큰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