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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가 공을 못 던진다? 악몽같은 입스-블래스 증후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6-20 08:37 | 최종수정 2022-06-20 11:01


2022 KBO리그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포수 지시완.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6.19/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 포수 지시완은 19일 부산 SSG 랜더스전에서 불과 2이닝 만에 교체됐다.

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심할 만한 장면은 있었다. 이날 지시완은 투수 김진욱의 공을 받은 뒤 좀처럼 제대로 송구하지 못했다. 김진욱이 던진 공을 되돌려주기 위해 던졌지만, 공은 김진욱의 머리 위를 지나치기 일쑤였다. 급기야는 마운드 앞에 일명 '패대기' 송구를 하기까지 했다. 지시완은 앞선 경기에서도 투수에게 공을 제대로 못 던져주는 장면이 잦았다. 야구계에선 지시완이 아무런 이유 없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입스(Yips)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입스는 특정 상황에서 중압감으로 근육이 경직돼 평소 잘 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야구 외 스포츠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등 신체 활동이 필요한 다른 분야에서도 발견되는 증상이다. 야구에선 주로 야수들이 많이 겪게 되는 증상인데, 아마추어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훈련하며 자연스럽게 익혔던 송구나 포구를 어느 순간을 계기로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대다수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김주찬이 입스 증세를 겪은 대표적 선수로 꼽힌다. 롯데 시절 초창기 내야수로 활약했으나, 송구가 동료 글러브가 아닌 관중석으로 향하면서 결국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바 있다. 롯데-두산에서 활약했던 포수 홍성흔도 어느 순간부터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입스 증세를 겪었다. 이들 외에도 손아섭(NC 다이노스), 최형우(KIA 타이거즈), 박해민(LG 트윈스)이 입스 증세를 겪었던 대표적 선수다.

야수 뿐만 아니라 투수들도 '블래스 증후군'이라는 비슷한 증세를 겪는 경우가 있다. 블래스 증후군은 전직 메이저리거 스티브 블래스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 월드시리즈 완투승, 메이저리그 올스타, 사이영상 투표 2위 등 잘 나가는 투수였던 블래스는 프로 데뷔 14년차였던 1973년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제구력 난조에 빠졌다. 블래스는 갖은 노력을 펼쳤으나 끝내 제구력을 되찾지 못했고, 1975년 결국 은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도 현대 유니콘스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를 거친 투수 마일영을 비롯해 원종현(NC), 염종석(롯데) 등이 블래스 증후군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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