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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에게 궁금했다. 천재? 형제? 욕심? 은퇴는? [나유리의 디렉터스컷]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2-08-28 20:10 | 최종수정 2022-08-29 12:48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BO리그 SSG와 키움의 경기가 열렸다. 6회 SSG 최정이 키움 이명종을 상대로 3점홈런을 날렸다. 타구를 바라보고 있는 최정.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12/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그에 대한 첫번째 이미지는 '소년장사'라는 별명이었다. '소년'과 '장사' 라니. (심정수의 원래 별명에서 출발했지만)마치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조금은 어리숙해보이는 앳된 외모와 그에 상반되는 두려운 타격 실력. 어쩌면 그런 양면적인 모습이 최 정의 정체성이었을지도 모른다. 뭐 저렇게 잘쳐? 라고 생각했던 그때 그 '소년장사'는 이제 청년을 지나 30대 후반에 접어든 '장년장사'가 됐고, 놀랍게도 여전히 잘 친다.

얼마전 그는 KBO리그 역대 최연소 20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했다. 최다 홈런이나 안타 신기록 같은 화려한 기록들이 더 있을지 모르지만, 곱씹을 수록 새삼 대단했다. 한명의 선수가 프로에 데뷔해 1군에서 2000경기를 뛰려면, 1년에 평균 100경기씩 20년, 120경기씩 16년을 뛰어야 한다. 고졸이어야 유리하고, 신인때부터 1군에서 뛰어야 하는데 심지어 야구를 잘해야 달성할 수 있다. 아파서 시즌을 반 이상 날려도 손해가 막심하다. 오로지 꾸준함 그리고 확실한 주전이어야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그런 기록을 심지어 최연소로 세우다니. 본인은 얼마나 감흥이 클까 싶어서 직접 소감을 물어봤지만, 특유의 덤덤한 표정과 기쁘지 않은 말투로 "그냥 똑같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가식도 꾸밈도 없는 솔직함이 최 정이 가지고 있는 진짜 무기다.

구단 직원들도 하나같이 입을 모아 좋은 평을 내놓는 선수. 팀 후배들은 "언제든 후배들이 다가갈 수 있는 선배"라고 했고, 김원형 감독은 "호불호가 없는 선수"라고 칭했다. SSG 랜더스 최 정에게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최연소 2000경기 출장을 달성했을때 기분이 어땠나.

▶사실 모르고 있다가 (삼성)강민호 형한테 들어서 알았다. 그때가 삼성 경기였는데, 민호 형이 "너 내일 나가면 2000경기라며?"라고 했다.(웃음) 아마 민호 형도 기사를 보고 안 것 같다. 신경은 크게 안썼지만 그래도 벌써 2000경기라니 기분이 좀 남달랐다.

-오래 활약하다 보니 여러 개인 기록들이 쌓이고 있다. 가장 욕심나는 것은?


▶내가 욕심나는 것은 딱 하나있다. 자주 말했던 건데 두자릿수 홈런 기록을 이어가는 거다.(최 정은 프로 2년차인 2006년부터 올해까지 17년 연속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이는 리그 최초 기록이다) 은퇴할 때까지 그거 하나만은 꼭 했으면 좋겠다.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SSG 최정이 롯데 스트레일리의 볼에 맞았다.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최정.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8.28/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구 기록? 사실 신경은 안쓰고 있다. 안맞았으면 더 좋았을텐데(웃음). 내가 왜 이렇게 많이 맞나 생각해본 적은 없고, 내 타격 매커니즘적으로도 그럴 수 있는 거고, 상대 투수들도 깊게 승부를 하다보니까 그럴 수 있다. 옛날처럼 빈볼을 던지던 분위기는 없어졌기 때문에 지금은 크게 다치지만 않는다면 맞아도 기분 좋게 출루하고 있다.

-혹시 공이 날아올때 안아프게 맞는 법도 있나.

▶사람이 아픈 부위는 어디인지 알지 않나. 어떻게든 피하려고 본능적으로 숙이는 정도? 다행히 크게 안다치는 것에 감사하다.(옆에서 듣던 구단 직원 왈, 안아프게 맞은 것 같아도 실제로 보면 멍이 크게 들어있다고)

-3루 수비 힘들지는 않나. 지명타자로 뛰고싶은 생각은?

▶힘들지 않다. 몸이 안움직일 때까지, 신체 반응이 느려질 때까지 3루수로 나가고 싶다. 안지치기 위해서 비시즌에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

-신인 시절에는 수비에서 악송구도 많이 나왔다고. 어떻게 극복했나.

▶3년차때 당시 수비코치님이었던 후쿠하라 미네오 수비코치님이 많이 알려주셨다. 심리적으로 못던졌던 것 같다. 계속 자신감을 심어주시고, 타겟 같은 것을 조정하니까 잡혔다. 대부분 투수했던 선수가 야수를 하면 정확성이 좀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14일 서울 잠실구장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 10회초 1사 최정이 솔로포를 치고 들어와 추신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8.14/
-언제 은퇴해야겠다는 계획이 있나.

▶(김)강민이 형이나 (추)신수 형처럼 그 나이까지 하는 게 목표다. 40대가 된 후에도 하면 더 좋겠지. 근데 그만큼 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 같다. 지금도 선배들 야구하는 거 보면 대단하다. 나도 이제 조금씩 힘든데, 그 나이 되면 더 힘들겠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커리어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지.

▶첫 한국시리즈 MVP(2008년). 아직도 그 순간은 잊지 못한다. 그때는 정말 어린 마음에 경기를 이기든 지든 그냥 재밌었다. 우승까지 했는데 나한테 MVP까지 주네 이런 느낌. 정말 재밌게 했었다. 마음의 짐이 하나도 없었다.(웃음) 어차피 그때는 선배들이 계시니까 나는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 이 생각으로 뛰었다.

-올해 우승을 다시 하게 된다면?

▶기분이 참 다를 것 같다. 엄청 감격스럽고...또 엄청 좋을 것 같다. (잠시 생각하다가)정말 좋을 것 같은데?

-이미 여러번의 우승과 다양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정신적으로 다르다. 올해 우승하게 되면 오랜만의 (정규 시즌)우승 아닌가. 정말 올해 하고 싶은 것은 통합 우승이다.

-저번 인터뷰때 김원형 감독이 김성현의 표현을 인용한 '최 정은 바보인척 하는 천재'라는 표현이 화제가 됐다.

▶내가 말을 유창하게 못해서 그럴 뿐이다. 말하는 거에 비해서 똑똑하니까 그렇다.(웃음) 여기서 말까지 잘하면 그냥 평범한 사람이 된다.

-친동생 최 항이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가족이 같은 회사(?)에 다니면 좋은 점도 있지만 신경쓰이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에 항이가 1군에 처음 와서 같이 선발로 처음 나갔던 날. 그때가 데뷔하고 가장 긴장했던 날이다. 동생이 뛰니까 뭔가 걱정되는 마음이 컸다. 항이가 민폐를 끼치면 어떡하나 신경쓰이고 더 그랬다. 근데 계속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이제는 야구장에서 보면 그냥 선후배 느낌까지 왔다.


최 항(왼쪽)과 최 정. 스포츠조선DB
-감정이 완전히 분리됐나.

▶완전 분리 됐다. 항이가 다치는걸 몇번 봤는데, 그것만 좀 신경 쓰이고 속상하다.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는 초반에만 신경썼다가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고 있다.

-이제는 예전 일이지만 투수로 등판도 했었다. 해보고 싶은 다른 포지션은 없나.

▶포수. 초중고때까지 포수도 했었다. 그때는 송구에 자신이 없었는데, 나중에는 편해졌다. 근데 지금은 포수가 가장 힘든 포지션이다. 생각해보니 포수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3루에서 열심히 하겠다.

-올해 SSG가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금 팀 분위기는 어떤가.

▶어느때보다 좋다. 선배, 후배가 같이 팀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잘되나 보다. 아직 방심은 하지 않겠다. 예전에 한번 안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선수들이 방심을 안하고 있다. 다른 팀은 신경쓰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기자는 생각만 한다.

-그동안 두번의 FA 계약을 하면서, 항상 빠르게 잔류 계약을 했다. 마지막까지 여기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혹시.

▶당연하죠. 당연해요. FA 계약을 할 때도 항상 내가 생각했던대로 구단에서 대우를 해주셨기 때문에 빨리 계약할 수 있었다. 나는 우리팀 분위기와 환경, 선수들, 코칭스태프가 다 좋았다. 다른 팀 가서 다시 적응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마지막까지 변함없이 계속 한 팀에 있었으면 좋겠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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