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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와 함께 한 14년…조성환 코치 마음에 남은 한마디 "형님 뒤엔 제가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9-21 09:18 | 최종수정 2022-09-21 09:51


선수 시절을 회상하는 조성환 코치. 김영록 기자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부산에서 카퍼레이드 한번 했어야하는데…"

이대호(40)와 함께 14년을 지냈다. 타격 7관왕 포함 2차례의 트리플 크라운, 9경기 연속 홈런, 롯데 자이언츠 '비밀번호(8888577)'의 굴욕에 뒤따른 5년 연속 가을야구의 영광, 그 중심에 있었다.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바라보는 조성환 코치의 속내는 복잡했다. 그는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 그 자체, 고유명사 같은 존재다. 나도 롯데를 참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며 웃었다.

이대호는 "아내가 요즘 자꾸 운다. 아이들도 '은퇴하지 마라'면서 울더라"는 가족들의 근황을 전했다. 조 코치는 "가족들 말고도 (정)훈이라던지, 많이들 운다고 하더라. 아마 사직에서 은퇴식 할 때는 롯데 역사상 기념비적인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역 시절 조 코치는 롯데를 대표하는 캡틴으로 유명했다. 홍성흔과 더불어 팀의 기강을 잡는 주축이었다. 그는 "대호가 힘들어할 때 달래주기보단 그 무게를 견디고 고비를 넘겨주길 바랬다. 고맙게도 잘 이겨내고, 그 이름값에 걸맞는 영광스러운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기 타석에서 대호가 자주 하던 얘기가 있다. '뒤에 내가 있는데 왜 긴장을 하냐' 그 말이 자꾸 귀에 들리는 거 같다. 대호는 '이젠 진짜 못 칠거다' 생각하는 순간까지도 자기 역할을 해내는 선수다. 같은 팀에 있으면서도 매번 놀랐다. 아 이래서 이대호 이대호 하는구나."


현역 시절 조성환 코치(오른쪽)와 이대호. 스포츠조선DB
이대호도 "형은 항상 날 강하게 키웠다 하는데, 난 멘털은 원래 강했다. 내게 관심을 갖고 챙겨주는 선배들 너무 좋았다"면서 당시를 뭉클하게 회상했다. 그는 "내 앞에 조성환 뒤에 홍성흔, 야구 제일 편하게 하던 때다. 최고참이 되니까 많은 걸 짊어져야하지 않나. 그땐 형들이 다해주고 난 야구만 할 수 있었으니까 가장 행복했다"고 추억했다.

이대호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대호의 첫 타석, 두번째 타석에는 한화 팬들도 한 목소리로 '홈런 이대호'를 외쳤다. 병살타 포함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4-5로 뒤진 9회초 1사 만루에서 역전 결승 만루포를 쏘아올리며 다시 한번 롯데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이대호는 2011시즌을 마치고 일본으로 진출했다. 당시 이대호는 조 코치를 찾아와 '형이랑 우승해야하는데 미안하다'며 사과했다고.

"대호가 지금은 유니폼을 벗는 것 자체는 슬프지만, 사랑하는 가족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있을 거다. 은퇴 후에 더 바쁘겠지만, 지금 당장은 계획보단 쉬고 싶지 않을까. 그래도 가끔은 자다 일어나서 '이불킥' 할걸? 아이, 대호랑 같이 부산에서 카퍼레이드(우승) 한번 했어야하는데…나도 그랬으니까, 대호도 계속 생각날 거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조 코치는 은퇴 시즌 즈음 매 경기 진통제를 먹어야했다. 등 떠밀리기 전에 떠나는 은퇴는 오랜 선수생활을 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이젠 진통제 안 먹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반면 이대호는 마지막 시즌까지도 타격왕을 경쟁하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대호가 '이제 후배들한테 비켜줘야한다' 싶었으면 더 슬프지 않을까? '날 뛰어넘어라' 하니까 이대호다운 마무리 아닌가. 이대호와 함께 했던 선배로서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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