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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그 때 진 빚을 갚기 위해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보겠습니다."
이종운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목소리는 떨렸다. 설렘도 묻어났다. 7년 만에 돌아오게 된 고향팀. 비록 화려했던 시절과는 다른 2군 감독직이지만, 그에게는 매우 소중한 기회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 팀의 1군 감독을 했던 인물이, 지위가 더 낮은 보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팀 코치나 2군 감독으로 일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 팀으로 다시 돌아오는 건 보기 힘든 일이다.
그리고 이 감독의 경우 떠날 때 큰 아픔을 겪었다. 1군 감독 부임 후 단 한 시즌 만에 경질이 된 것이다. 당시 롯데는 8위에 그치기는 했지만,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했었다. 한 시즌 만에 잘릴 정도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단, 당시 실권을 잡고 있던 구단 사장의 힘이 막강했다. 시즌 막판까지 단장과 다음 시즌 선수, 코치 보강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경질 통보를 받았다.
자신에게 큰 수모를 안긴 팀. 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고향팀이고, 선수로서 우승의 영광을 함께 했던 팀이었다. 이 감독은 롯데를 떠난 뒤 SK 와이번스에서 선수 육성에 힘을 쏟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부산에 머물렀다. 자연스럽게 롯데에 대한 관심도 계속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야구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연락을 받았다. 롯데 2군 감독직 제의. 서로 자존심을 세울 상황이 아니었다. 선수 육성이 더디기만한 롯데는, 2군 시스템을 바꿀 지도자가 필요했다. 이 감독도 야인으로서의 생활이 더 이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서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
이 감독은 "솔직히 경질 당시 아팠던 것도 사실이고, 구단이 밉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이다. 그래도 내 고향팀 아닌가. 애정을 갖고 쭉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하며 "보직은 중요치 않았다. 나를 자른 구단이라고 미워할 때도 지났다. 어떤 자리에서든 당시 내가 구단에 진 빚을 갚기 위해 힘써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당시 내가 부족했기에, 구단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다. 초보 감독이라 열정만 넘쳤던 것 같다. 그 때 이후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다. 나를 다시 불러준 롯데를 위해 어떻게든 좋은 선수들을 육성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