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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사이영상을 세 차례 수상한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는 3명이다.
사실 커쇼는 지금 은퇴해도 아쉬울 것이 없다. 사이영상을 3번 받았고, 정규시즌 MVP도 한 번 해봤다. 비록 60경기 단축 시즌이었지만, 2020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한 시대를 풍미한 만큼 돈도 남부럽지 않게 벌었다. 작년까지 누적 연봉이 2억7000만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그에겐 딱 하나,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마운드에 서보는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WBC 차출 통보를 받고 그는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이번 WBC에서 미국은 타자는 마이크 트라웃, 투수는 커쇼를 간판으로 앞세워 2017년에 이어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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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는 "굉장히 실망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강구해봤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닌데도, 해결이 안 됐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 정말 출전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올해 35세인 커쇼에게 다시 WBC 출전 기회가 올 확률은 희박하다.
같은 날 플로리다주 포트세인트루시에서는 뉴욕 메츠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주 최강' 원투펀치로 불리는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랜더가 나란히 불펜피칭을 실시한 것이다. 벌랜더가 지난해 12월 2년 8667만달러에 메츠와 FA 계약을 맺으면서 둘은 201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 이후 9년 만에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나란히 불펜피칭을 하는 것도 9년 만이다. 벅 쇼월터 메츠 감독은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가? 무엇이 그들이 팔을 움직일 때마다 완벽을 추구하게 하는가? 그들은 '그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뭘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일까? 모르겠다. 누가 알겠나? 그러나 그들은 분명 그게 있다"고 말했다. 프로 의식,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을 말하는 뉘앙스였다.
불펜피칭은 벌랜더가 먼저 끝냈다. 그는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슈어저가 마칠 때까지 뒤에서 그의 피칭을 지켜봤다. 슈어저는 "벌랜더는 이기는 투수다. 우리는 모든 걸 이기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기기 위해서는 벌랜더 같은 투수가 필요하다"며 치켜세웠다.
사이영상을 3번 받은 현역 메이저리거 3명 중 나머지 둘이 바로 슈어저와 벌랜더다. 둘은 올해 연봉이 4333만달러로 같다. 메츠가 벌랜더를 영입하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줬다. 개막전 선발투수에 대해 쇼월터 감독은 내심 결정했지만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둘 중 하나는 '자존심 상하지만' 2선발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슈어저와 벌랜더에게 WBC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둘은 미국 태생에 오리지널 미국 국적의 미국인이다. 하지만 WBC와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적이 없고, 관련 뉴스가 나온 적도 없다. 지금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커쇼와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