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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서교수'가 돌아왔다.
신고선수 신화의 주인공이다.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가 부상으로 방출됐지만, 군복무 후 다시 키움 히어로즈(당시 넥센)에 입단해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런 그에게 '시범경기 타격왕'은 보잘것 없는 수식어일 수 있다. 하지만 흔들리던 커리어를 되짚은 터닝포인트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부진이 시작됐다. 2020년에는 타율 3할 아래로 내려앉았고, 2021년 LG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2할 중반대에 머물렀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7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200안타 MVP'의 광휘는 사라진지 오래.
FA 재수까지 하며 이를 악물었지만, 급기야 지난해에는 타율이 2할2푼4리까지 떨어졌다. 에이징 커브가 내리꽂힌다는 따가운 시선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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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서건창의 전성기를 함께 한 '은사' 염경엽 감독이 오면서부터다.
염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서건창은 내가 잘 안다. 2014년의 타격폼을 되찾아야한다"고 말해왔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강조하는 한편 그 뒤를 받쳐줄 베테랑들의 중요성도 잊지 않았다. "서건창은 작년엔 고참 역할을 못하면서 기술이 흔들렸다. 이런 선수가 살아나줘야 중요한 상황에 팀이 이길 수 있다"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박해민 홍창기 문성주 등과 더불어 당일 컨디션에 따라 9, 1, 2번을 맡아줄 민첩한 타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은사의 신뢰 덕분일까. 서건창은 23.1% 연봉 삭감의 아픔을 딛고 시범경기 타격왕을 거머쥐었다. 염 감독의 말대로 전성기 시절과 유사한 타격폼을 되찾은 결과다. 사령탑이 내세운 '달리는 야구'에 맞게 나가기만 하면 도루를 시도하며 팀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건창이 부르는 부활의 노래. 정규시즌에도 '서교수'의 귀환을 볼 수 있을까.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