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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022년 10월 8일은 롯데 자이언츠팬들에겐 최근 5년간 가장 슬픈 날이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배씨는 입사 4년차의 여성 사원. 하지만 구단 마케팅팀 주요 업무를 꿰찼을 만큼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젊은 롯데'를 이끄는 멤버다.
응원단 관련 업무와 시구자 등 각종 구단 이벤트 준비가 주 업무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광안리 출정식 역시 배씨의 작품이다. 부산의 애국가로 불리는 '부산 갈매기'의 부활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이강훈 대표이사가 '이름을 꼭 소개하라'며 직접 챙겼다.
대학 시절 교내 스포츠매거진에 참여할 만큼 활동적인 스포츠팬이었지만, 입사 전까지 야구는 잘 몰랐다고.
"야구단의 마케팅은 다른 일과는 다르지 않을까? 싶었죠. 도전할 구석이 많아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야구도, 부산 팬심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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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롯데에 있어 '리브랜딩' 해다. FA 3명 영입에 토종 에이스의 연장계약까지, 4명에게 들어간 돈만 260억원이다. 로고와 유니폼을 비롯한 비주얼 아이덴티티(VI)도 바꿨다.
그 시작점이 바로 이대호의 은퇴식이었다. 한 시대를 마치고, 새 출발을 준비하는 첫 발이었다.
"올스타전에 직접 가서 겹치는 콘텐츠가 있는지 점검도 하고, 나지완(KIA 타이거즈) 선수 은퇴식도 꼼꼼히 챙겨봤죠. 그날의 주인공과 선수단, 프런트, 팬 모두가 함께 하는 모습을 원했어요. 특히 선수단에게 '나도 이렇게 은퇴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길 바랐죠."
마지막 퍼즐 한조각이 필요했다. 바로 2017년 이후 들을 수 없었던 '부산 갈매기'다. 사실 '사직노래방'으로 불리는 3만 관중의 소름돋는 부산 갈매기 합창을 실제로 들어본 적 없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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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종료 직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조지훈 응원단장과 함께 부산 갈매기의 원곡자 신동훈 작곡가를 찾아간 것만 4차례. 롯데 구단과의 오해를 풀고, '부산 갈매기'를 향한 팬심을 다양하게 어필했다. 특히 "부산 갈매기가 없으면 나 조지훈도 의미를 잃는다"는 조 단장의 진심이 제대로 통했다.
12일 현장에서 만난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경남고 재학 시절 응원단 활동을 했다는 정민준씨(34)는 "마음 한구석이 항상 아쉬웠는데, 딱 듣는 순간 '그래 이거였어!' 싶더라. 이대호부터 황성빈까지 하나로 이어주는 노래"라며 기뻐했다. 30년 롯데팬이라는 공정빈씨(46)도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부산 갈매기'는 곧 롯데팬의 마음"이라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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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형 팬서비스가 롯데 인기의 비결 아닐까요? 팬과 선수간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스킨십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우리 팀도 우승, 마케팅도 우승하는 해로 만들고 싶어요."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