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게임, 3회부터 의식했다" 수십년 간직해온 대구소년의 꿈, 아웃카운트 5개 남기고 그만…[고척인터뷰]
[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투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퍼펙트 게임의 순간.
백정현이 퍼펙트게임을 아웃카운트 5개 남기고 아쉽게 놓쳤다.
시즌 3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백정현은 7회까지 80구로 막아내며 단 한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다.
8회에도 선두 타자 이형종을 삼진 처리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KBO 역사상 단 한번도 없는 대기록까지 아웃카운트 5개를 남긴 상황. 러셀이 친 타구가 투수 쪽을 향했다. 백정현이 내민 글러브를 스치고 3-유 간으로 굴절됐다. 타구방향을 쫓아 2루쪽으로 이동하던 이재현이 역모션이 걸렸다. 잡아서 뿌렸지만 1루에서 세이프. 내야안타가 기록되는 순간, 퍼펙트도 노히트노런도 모두 깨지고 말았다. 백정현이 글러브를 내밀지 않았다면 이재현이 처리할 수 있었던 타구였다. 백정현은 후속타자 이지영을 병살처리하고 90구 만에 8이닝을 마쳤다. 더욱 아쉬움이 남았던 순간.
대기록 무산의 허탈감 탓이었을까.
백정현은 6-0으로 앞선 9회 선두 김동헌 임병욱에게 연속 장타로 첫 실점 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럼에도 8회까지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했다. 8이닝 3안타 무4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6대4 승리를 이끌었다. 완벽한 로케이션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키움 타자들의 템포를 완전히 무력화 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야수들도 이성규 송준석의 호수비 등으로 백정현의 호투를 도왔다.
경기 후 백정현은 "퍼펙트 게임은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그래서 3회부터 의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던졌지만 뒤로 갈수록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8회 1사 후 아쉽게 퍼펙트가 깨지는 순간에 대해서도 "그 역시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일이라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빨리 후속 타자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투수 굴절타구는) 실투는 아니었고 눈 앞에 타구가 보여서 잡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대기록은 놓쳤지만 대단한 피칭이었다. 백정현은 "실투도 많고 안타성 타구도 많았는데 민호형과 야수들이 잘 도와줘서 그래도 거기까지 갈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기록 달성 가능성에 삼성 덕아웃도 난리가 났다. 7회 김지찬이 실책할 뻔 하자 원태인이 큰 액션을 취하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닝을 마치고 들어오는 백정현 주위를 싹 다 비우고 말조차 시키지 않았다. 부정탈까봐서였다.
하지만 백정현은 이런 모든 동료들의 움직임을 의식하고 있었다. "덕아웃에서 말을 안 걸려고 하더라고요.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을 하더라고요."
대기록은 무산됐지만 백쇼의 완벽부활을 알린 경기. 선발진에 고민이 컸던 삼성 벤치를 안도하게 한 백쇼의 귀환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