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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프로 데뷔 3년 차를 맞는 삼성 라이온즈 좌완 이승현(21).
이승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아팠던 시간까지 겹치면서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 2년차 슬럼프 처럼 힘든 시기가 있었다. 어떻게 극복했을까. 18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밝힌 비하인드 스토리.
산전수전 다 겪은 21년 차 대선배 우규민(38)이 멘토 역할을 했다.
무려 16년 나이 차의 두 선수. 과연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까. 이승현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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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규민 : 그래? 너는 야구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이승현 : 음..(긁적) 저는 야구가 공을 주고 받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우규민 : 아니, 아니야. 야구는 말이지, 'ㅇ의 야, ㄱ의 구'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냥 단순하게 접근해야 해.
무심한듯 툭 던진 한마디. 3년 차 특급 좌완의 복잡한 생각을 많이 줄여줬다.
"이 말씀이 도움이 됐어요. 제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생각이 많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포수 사인 보고 바로 바로 던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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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후배들이 각자 열심히 연구하더라고요. 저 어렸을 때도 스스로 연구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본인이 해야 한다', '기술적 얘기보다 본인이 잘 찾아서 해결하면 좋겠다'고 해요. 그래도 안되면 승환 형이나 나한테 물어보라고 하죠."
단 하나, 삼성의 미래인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
"후배들이 열정도 있는데 너무 착해요. 마운드 위에서는 안 착해도 된다 얘기해주는데, 아직은 싸움닭 기질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성장이 더딘 것 같기도 하고요. 맞고 내려왔는데 트랙맨 같은 수치나 지표에 얽매이는 것이 안타까워요. 회전수니 릴리스 포인트니 해도 사실 야구라는 게 1이닝에 쓰리아웃만 잡으면 나이스 피칭이잖아요. 박살 났는데 지표가 좋다고 만족해 하는 경우도 있어요. 투수라면 무실점 하고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데 지표에 얽매이는 건 안타깝죠."
이승현에게 넌지시 던진 "단순해지라"는 말도 바로 이런 점이다.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우는 야구의 보다 본질적인 면에 집중하는 마운드 위 파이터가 되기를 선배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