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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어떻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지, 신기할 따름.
왜 1점밖에 주지 않은 투수를, 투구수가 87개밖에 되지 않은 선발을 일찍 교체했느냐고 지적할 수 있다. 일요일 경기 등판도 고려했겠지만, 결정적인 건 이의리가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의리는 이날 피안타 5개에 볼넷 3개와 사구 1개를 허용했다. 4이닝 중 2번이나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제구가 흔들리니 계속해서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투구수는 늘어났다.
이날 경기만 그랬다면 김종국 감독도 빠른 결단을 내리지 않았겠지만, 이의리는 이번 시즌 내내 극단적인 제구 난조를 보이고 있다. 개막 후 어렵게 3연승을 거뒀기에, 상승세를 잇고 싶은 김 감독의 마음이 이의리 조기 교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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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계속 비슷한 패턴이다. 8일 두산 베어스전 3이닝 5볼넷, 13일 한화 이글스전 5이닝 5볼넷을 기록했다. 그나마 19일 롯데 자이언츠전 승리를 따낼 때 5⅔이닝 3볼넷 8삼진으로 안정됐으나, 한 경기 만에 다시 '볼넷 머신'으로 돌아와버렸다.
기록만 봐도 압도적이다. 22볼넷으로 리그 전체 1위다. 공동 2위 선수들이 12개인걸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미세한 차이로 볼 판정을 받으며 볼넷이 늘어났다면 모르겠지만, 올시즌 이의리의 경기 내용을 보면 국가대표 투수가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영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의리와 KIA에 다행인 건 구위가 워낙 압도적이라 결정적인 순간 삼진,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넘긴다는 것이다. 또 제구가 워낙 불안정하다보니 타자들이 공략 포인트를 잘 잡지 못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도 펼쳐진다.
5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1.99. 수준급 기록이다. 5경기 볼넷 22개와 사구 1개를 기록한 투수의 평균자책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될 듯. 한국야구를 대표할 좌완 에이스로 성장하려면 현재 드러내고 있는 제구 문제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선발로 올시즌 아직 6이닝 투구가 없다는 부분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원래 제구가 좋은 유형은 아니었지만, 이번 시즌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인다. 한 투수 출신 야구인은 "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다녀오며 제대로 시즌을 준비하지 못한 여파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의리는 올해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될 가능성이 높은 자원이다. 하지만 자신의 커리어만 믿고 방심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국제대회에 나서는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제구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