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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KT 위즈에 두 친한 대표팀 선배가 있다.
원태인은 경기 후 "의식이 됐다기 보다 비시즌 미국에 같이 가고, WBC대회까지 두달을 같이 붙어있던 형이다. 공격적 승부하시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이닝이 빠르게 지나가 집중력 있게 피칭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의식됐던 건 선발 맞대결을 펼친 고영표보다 상대해야 할 1년 선배 강백호였다.
지난해 원태인을 상대로 6타수무안타 2삼진으로 물러났던 강백호. 2회 첫 타석도 외야 뜬공에 그쳤다.
1-2로 뒤지던 4회 선두타자로 나와 원태인의 주무기 체인지업을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2-2 원점을 만드는 동점 솔로포. 원태인을 상대로 뽑아낸 첫 홈런이었다. 다이아몬드를 돌고 들어온 강백호는 덕아웃 앞에서 포효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 모습을 원태인은 빙긋 웃으며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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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할 기회가 절체절명의 순간 찾아왔다. 2-2로 맞선 7회말 2사 만루. 강백호가 세리머니를 하며 4번째 타석에 섰다.
"애매한 타구가 안타가 되길래 쉽지 않은 위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치에 보답하고 싶어 꼭 막고 싶었다"던 상황.
원태인은 108구를 던졌다. 직구 스피드는 이미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강백호를 상대로 피해가지 않았다. 공 5개를 모두 직구만 던졌다.
142~144㎞에 그쳤지만 혼을 담은 피칭에 강백호 배트가 밀렸다. 1루수 땅볼 아웃.
1루 베이스 옆에서 아웃을 확인한 원태인은 홈런 쳤던 강백호보다 더 격하게 환호했다. 그것도 수차례 세리머니를 반복했다. 4회 아쉬움을 더 크게 되갚아 준 셈.
빅 찬스를 무산시킨 강백호는 헬멧을 벗고 머리를 만지며 끊어오르는 분을 애써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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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은 "제가 나가는 경기는 모두 이기고 싶다.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가 목표라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올시즌 2번의 퀄리티스타트. 모두 승리의 열매가 돌아왔다.
대표팀 선배들과의 맞대결에서 거둔 기분 좋은 승리. 사자군단 에이스는 그렇게 또 한뼘 성장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