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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오늘은 던질 때까지 던져줘야 합니다. 4이닝까지만 버텨주면 좋겠는데요."
기대가 컸고, 그만큼 낙담도 했다. 아직 알을 깨트리지 못한 유망주에 묶여있는 이건욱을 보며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김원형 감독이다. 김 감독은 이건욱의 선발 등판을 예고하며 "이번 경기가 건욱이에게 무척 중요하다.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도 기대치가 있다면 4이닝을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아내는 것. 준비 없이 올라온만큼 긴장감도 클 터. 다만 이건욱이 나와 4이닝을 2실점 전후로만 막아준다면 SSG도 경기를 이길 수 있는 승산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원형 감독은 "오늘 수요일이고 불펜에 여유가 없다. 던질 때까지 던져줘야 한다. 너무 크게 흔들리지만 않으면 건욱이가 책임지게끔 하려고 한다. 물론 그래봤자 길어야 5이닝이다. 이건욱이 4이닝만 버텨주면, 그 뒤부터는 불펜 투수들이 순서대로 나갈 수 있으니까"라며 조심스럽게 기대치를 밝혔다.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2회에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더 늘어났다. 연속 안타 후 1사 2,3루 위기에서 박찬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는데 수비도 이건욱을 돕지 못했다. 중견수 오태곤의 포구 실책이 겹치면서 1점으로 막을 상황이 2실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건욱은 최대한 버텼다. 더이상의 실점 없이 2회를 마쳤고, 3회에도 2루타가 실점으로 이어졌지만 볼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4회에는 변우혁-이우성-한승택을 땅볼 2개와 뜬공으로 깔끔하게 삼자범퇴 처리했다. 4회까지 투구수는 65개. 투구수가 초반에 불어나 5회까지 던지지는 못했지만, SSG가 4-3으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내며 일단 자신의 임무는 수행했다.
SSG 입장에서는 이건욱이 수비 실책에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최소한의 기대치를 충족한 것이 성과다. SSG는 이날 이건욱이 버텨준 덕분에 역전 기반을 마련했고, 타선 도움으로 5대3 승리를 완성했다. 깔끔한 승리였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