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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메이저리그도 갈 수 있는 재능이라고 했는데, 이번 시즌 왜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7회 믿었던 정우영이 흔들리며 대량 실점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정우영은 김윤식이 선두타자 러셀에게 3루타를 맞자 마운드에 급하게 올라왔다. 이형종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3루주자를 묶어뒀다. 하지만 박찬혁과의 승부에서 볼넷을 내준 게 정우영의 힘을 빠지게 했다. 박찬혁에게 8개의 투심 승부를 했지만, 결정이 나지 않았고 마지막 9구째 회심의 커브를 선택했는데 그게 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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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일. 이번 시즌 성적은 믿기 힘들다. 홀드 6개가 있지만, 4패에 평균자책점 6.00은 충격적이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일단 구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정우영의 무기는 150km 후반대 빠른 공이다. 그런데 올해는 150km를 넘기지 못한다. 이날 키움전도 최고구속은 149km에 그쳤다. 149km가 절대 느린 속도는 아니지만, 정우영은 사실상 투심 하나로 승부를 보는 '원피치' 피처다. 그 직구의 위력이 떨어지면 타자들도 대응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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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구위가 저하된 것일까. 일단 'WBC의 저주'를 의심해볼 수 있다. 올해 초 WBC에 다녀온 젊은 투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집단 부진에 빠져있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김윤식도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한참 쉬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경기였다.
여기에 힘이 빠질 시기를 맞닥뜨린 걸 수도 있다. 지난 4년간 핵심 필승조로 수많은 경기에 나섰다. 안그래도 피로가 누적돼있는 상황에서 시즌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느린 슬라이드스텝으로 인해 도루를 많이 허용, 이를 고치겠다고 노력하는 게 구속 저하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구종 추가도 의심해봐야 한다. 정우영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등을 연마했다. 많은 투수들이 새로운 구종을 연마하다 원래 던지던 공을 제대로 못던지는 사례를 보여줬었다.
심리적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정우영은 올해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가야 한다. 합법적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아시안게임을 의식하는 선수들이 너무 잘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우영의 커리어라면 안뽑히는 게 이상할 수 있지만, 올해 성적이 너무 좋지 못할 경우에는 선발을 장담할 수 없다.
정우영을 누구보다 잘 아는 LG 레전드 출신 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떨어진 구위도 문제지만, 상대 타자들이 이제 정우영의 스타일을 간파해 대처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김휘집의 안타 상황을 보면, 몸쪽으로 휘어들어가는 투심을 김휘집이 배트를 손에서 놓으며 대처한다. 약간 먹힌 타구지만, 한 박자 빠른 대응에 좌전 안타가 됐다.
박 위원은 "이전 같았으면 배트 손잡이 부분에 맞을 공인데, 타자들도 사실상 '원피치' 피처인 정우영의 공에 점점 적응을 해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