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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만 복귀신고→홈런 포함 6안타' 불방망이… 36세 노장의 간절한 속내 "창피하고 미안해"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8-01 08:46 | 최종수정 2023-08-01 08:51


'41일만 복귀신고→홈런 포함 6안타' 불방망이… 36세 노장의 간절한 …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30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9회초 2사 3루 롯데 정훈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7.3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랜만에 돌아온 1군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흔들리는 팀의 반등 모멘텀이 되고자하는 베테랑의 간절한 속내가 엿보였다.

롯데 자이언츠 지난달 28~30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 주말시리즈에서 스윕을 당하며 7위로 추락, KIA와 자리바꿈을 했다. 지난 4월 20일 이후 101일만의 7위 추락이다.

하지만 베테랑 정훈(36)은 3일간 10타수 6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뜨거운 복귀 신고를 했다. 지난 6월 16일 SSG 랜더스와의 인천 원정 이후 41일만에 치른 복귀전. 전반적으로 침체된 팀 타선을 이끌었다. 장타 부족, 좌완 상대 약세라는 롯데 타선의 약점을 한꺼번에 메운 활약이었다.

특히 수비 도중 타구에 맞아 손목 타박상을 입고도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안권수가 조기 복귀했지만 아직 송구가 완전치 않고, 손가락 부상으로 빠진 고승민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시리즈에서 유강남 나균안 안치홍 등 부상자가 줄줄이 발생하며 투타에 큰 공백이 발생한 상황. 프로 데뷔 17년차 베테랑다운 투혼이었다. KIA 장현식을 상대로 시즌 첫 홈런까지 쏘아올렸다.

정훈은 "너무 더워서 탈진 상태로 뛰었다. 행운의 안타가 하나 나오니 그 다음에도 잘 풀렸다"고 웃은 뒤 "팀이 이기지 못해 속상하다"며 안타까워했다.


'41일만 복귀신고→홈런 포함 6안타' 불방망이… 36세 노장의 간절한 …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30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8회초 롯데 정훈이 솔로홈런을 치고 홈인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7.30/
"힘들어도 경기를 이기면 팀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다. 연패하면 반대다. (전)준우 형이나 (안)치홍와 함께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 (김)민석이 (윤)동희처럼 어린 친구들이 잘하고 있으니까, 자신있게 마음 편하게 뛸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한)동희도 얼마나 잘하고 싶겠나. 자기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공격에선 맹타를 휘둘렀지만, 수비에선 당황스런 실수도 범했다. 28일 7회말 수비에서 1루쪽 땅볼을 놓쳤다. 투수 김상수가 재빨리 커버하며 공을 던져줬지만, 이번엔 발이 1루 베이스를 찾지 못해 기어이 타자의 출루로 이어졌다.

다행히 김상수가 다음타자 김태군을 병살타로 잡아냈다. 정훈은 "(김)상수 표정 보고 깜짝 놀랐다. 많이 창피했다. 잘 막아줘서 다행"이라며 멋쩍어했다.


까마득한 대선배가 2군에 내려오자 노하우를 배우려는 후배들이 줄을 섰다. 정훈은 "1군의 경우 어린 친구들이 초반에는 많이 물어봤는데, 내가 못하니까 질문이 줄더라."2군에선 (정)대선이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체력이나 컨디션 관리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줬다. 원래 나처럼 야구 잘못하는 사람이 이론은 빠삭하다"며 웃었다.


'41일만 복귀신고→홈런 포함 6안타' 불방망이… 36세 노장의 간절한 …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30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9회초 2사 3루 롯데 정훈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7.30/
롯데는 2017년 이후 첫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이 이때 한번 뿐이다.

"다치고 나면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티는 안내려고 노력하지만, 자꾸 처진다. 젊을때와는 몸도 마음가짐도 다르다. 팀에도 너무 미안하다. 다행히 지금 타격감이 나쁘지 않으니 최대한 길게 이어가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가을야구에 갈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어보겠다. 그게 또 내가 해야될 역할이니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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