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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백정현(36)이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34)와의 '천적'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최근 3연승으로 시즌 7승째. 켈리의 삼성전 7연승을 끊어내며 시즌 7패째를 안겼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백정현 선수가 4일 만의 선발투 임에도 불구, 완벽한 피칭으로 팀 승리에 수훈갑 역할을 해주었다"고 칭찬했다.
평일임에도 라이온즈파크 3루측 하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 팬들도 백정현이 임무를 마치고 벤치로 돌아올 때 '백정현~'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강한 상대에게 이길 수 있었던 건 백정현 덕분이었음을 누구나 알 수 있었던 순간.
백정현은 최고 141㎞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두루 섞어 LG 타선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올시즌 5월12일 대구 경기 이후 LG전 3전 전승. 19⅔이닝 4실점(2차책)으로 0.92의 평균자책점이다. 이쯤 되면 새로운 'LG천적'이라 불릴 만 하다. 지난해 LG전 4경기 3패, 6.75의 평균자책점과는 딴판이다.
"지난해 약했는데 그냥 운이 좀 따르는 것 같아요."
한번 쯤은 운이라도 두세번 반복되는 운은 거의 없다. 실력이고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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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꿨다.
주 구종, 트레이닝 법, 마인드, 패턴, 식단 관리까지 '올 뉴 백정현'으로 거듭났다.
불치하문이다. 누구에게라도 묻는다. 까마득한 후배 원태인한테 체인지업을 물어 장착했다. 슬라이더와 함께 효과적인 반대궤적의 변화구로 쓰임새가 크다.
"좋은 공이 있으면 후배들한테 어떻게 던지냐고 물어보기도 하면서 계속 변화를 주고 있어요. 체인지업도 태인이한테 2년 전에 물어본 건데 그때 잘 안 됐던 게 작년부터 던지다 보니 제구가 잡혀가고 있어요. 전반기 끝나고 아파서 쉬는 동안 좌타자 한테 체인지업을 어떻게 던질까 연구를 하다 경기 때 조금씩 던져봤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서 많이 쓰고 있는데 다행히 결과가 괜찮게 나와 빈도를 높이고 있어요. 좌타자 몸쪽이 조금 부담스러워 바깥쪽 위주로 던지려고 하는데 제구가 원활하지 않으니까 몸쪽으로 가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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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심은 작년부터 제구가 원하는 대로 안 잡히고 제 멋대로 날아가서 실투가 계속 많더라고요. 무브먼트가 괜찮으니까 사인을 내는데 생각하는 공이 안가니 많이 맞았고, 그러다가 (강)민호 형이 그냥 '야, 올해는 포심 던져 보자'고 하더라고요. 일단 직구 해보고 맞으면 투심 던지자 그렇게 얘기를 했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직구 위주가 됐던 것 같아요."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 백정현이 노력으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이었던 지난해와 달라진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작년에 변화구가 안 좋으니까 제구를 더 신경 쓰면서 연마했고, 이제 변화구 제구와 함께 자연스럽게 직구 구위도 좀 올라오면서 작년보다 좀 나아진 것 같아요."
130㎞ 후반대에 머물던 직구 최고 구속이 3~4㎞쯤 빨라지며 140㎞대 초반까지 올라왔다. 변화구 효율성을 높이는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그 역시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작년에는 혼자 웨이트를 했는데, 올해는 트레이너랑 옆에 붙어서 하거든요. 확실히 혼자 할 때보다 자세도 더 잘 잡을 수 있고, 더 무거운 걸 들 수 있고, 효과가 있어요. 계속 꾸준히 웨이트를 하고 식단 관리도 꾸준히 했고, 더울 때 평소보다 좀 많이 챙겨먹는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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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서기를 지나는 동안 백정현은 건재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마인드컨트롤도 한 몫을 했다.
"4일 휴식 후 등판, 이런걸 최대한 신경을 안 쓰고 하려 하고 있어요. 사흘 쉬고 나온다고 의식하면 스스로 좀 피곤한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결국 내 마음이 흔들린다는 걸 느끼게 되니까요. 그런 생각 안 하고 늘 하던 대로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어떤 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베테랑 좌완. 담담해 보이는 표정은 끊임 없는 변화를 위한 노력이 있어 가능한 결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존경 받을 만한 선배 투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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