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프로 15년차 '롯데 최고참'의 속내도 남다르다.
그의 한가로운 일상과 달리 소속팀 롯데의 상황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이강훈 대표가 발빠르게 움직인 끝에 18일 김태형 감독과 만남을 가졌고, 20일 도장을 찍었다. 3년 계약에 계약금 포함 24억원. 이강철 KT 위즈 감독과 같은 현역 사령탑 최고 대우다.
한편으론 성민규 전 단장에게도 작별을 고했다. 프런트와 현장 모두 수장 교체다. 로이스터-양승호 시대 이후 11년만에 롯데가 프런트 야구가 아닌 현장 중심으로 복귀하는 시그널이다.
|
전준우도 구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는 "아직 구단과 나눈 이야기는 전혀 없다. 김태형 감독님 선임하느라 정신없었을 거다. 단장도 공석 아닌가.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아직은 조급함 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올해 명실공히 롯데 최고의 타자였다. 타율 3할1푼2리 17홈런 7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2의 전성기 못지 않은 호성적을 냈다. 도루를 제외한 각종 공격 지표에서 대부분 팀내 1위다.
2008년 입단 이래 롯데 원클럽맨이다. 이대호의 은퇴 이후 롯데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됐다. 수년간 주장도 역임했다.
|
두 선수 모두 롯데에 애정이 크다. 롯데 역시 김 감독을 선임하며 '윈나우'를 외치는 입장에서 팀내 최고의 타자이자 리더십의 중추인 두 선수를 놓치고픈 마음은 없다.
다만 35세를 넘긴 전준우는 C급 FA다. 보상선수 없이 팀을 옮길 수 있다. 박병호(KT 위즈)처럼 깜짝 이적도 가능하다. 앞서 첫 FA 때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는 마음이 있다. 지난 4년간 '혜자 FA'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자부심도 있다.
전준우는 "조금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인사는 드려야된다고 생각했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제가 신임 감독님을 위한 '선물'이 되면 좋겠다. 함께 가을야구를 할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
하지만 올해도 '봄데'에 그쳤다. 4월 전체 1위(14승8패), 5월까지 승패마진 +10을 유지하던 상승세는 6월 들어 급격히 가라앉았다.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이미 5할 승률이 깨졌고, 외국인 선수 두 명을 교체했지만 쉽사리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8월 중 래리 서튼 전 감독은 건강문제로 사임했고, 이종운 감독대행 체제로도 반등에 실패했다.
전준우가 있어 마지막까지 5강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끝내 6년 연속 가을야구에 가지 못했다.
|
김태형 감독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우승 3회의 위업을 달성한 KBO리그 최고 명장 중 한명이다. 1년간 야구 해설위원을 했지만, 결국 그라운드로 돌아올 운명이었다.
"개인적으론 너무 발동이 늦게 걸린 것 같아 팀에게 미안하다. 롯데는 약한 팀은 아니다. 팀 구성은 좋은데 밸런스가 자꾸 어긋난다. 잘할 수 있는 팀이 자꾸 안되니까 속상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