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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한국시리즈 역사상, 아니 과장을 조금 보태면 KBO리그 42년 역사상 가장 완벽한 불펜게임이었다.
LG는 8일 잠실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T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대4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최원태가 ⅓이닝 만에 교체된 가운데 불펜투수 7명이 8⅔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이 중 5명은 승도 홀드도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했댜. 그러나 누구 하나라도 실점했다면 경기는 그대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LG는 투수 8명을 썼다. 이정용 1⅔이닝 무실점, 정우영 1⅓이닝 무실점, 김진성 ⅔이닝 무실점, 백승현 ⅔이닝 무실점, 유영찬 2⅓이닝 무실점, 함덕주(승) 1이닝 무실점, 고우석(세) 1이닝 무실점 황금 계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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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시리즈 4차전 키움 11명 - 9대11 패배 vs두산(연장 10회)
2006년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9명 - 1대1 무승부 vs한화(연장 15회)
2013년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 9명 - 6대2 승리 vs두산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9명 - 4대5 패배 vsSK(연장 13회)
2019년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9명 - 11대9 승리 vs키움(연장 10회)
2021년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9명 - 4대8 패배 vsKT
2023년 한국시리즈 2차전 LG 8명 - 5대4 승리 vsKT
연장 승부가 4회, 지거나 비긴 사례가 4회다. 선발투수가 1회도 못 채우고 내려간 적도 1회 있다(2021년 두산 곽빈 ⅔이닝). 정규이닝 내에 이긴 경우가 바로 2013년 한국시리즈 6차전의 삼성 밖에 없었다.
즉, 대부분 투수를 많이 썼다는 것은 9회를 초과하거나 난타전으로 흘렀다는 이야기다.
2013년 삼성의 6차전보다 2023년 LG의 2차전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2013년 삼성은 5차전에 밴덴헐크를 구원으로 쓰는 등 6차전에 선발로 낼 투수가 없었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은 고심 끝에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던 '불펜게임'이라는 묘수를 계획했다. 경기 전부터 의도된 시나리오였다.
반면 LG는 임기응변으로 대처했다. 2021년 4차전 두산과 같은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곽빈은 ⅔이닝 3실점으로 교체됐다. 두산도 1회부터 불펜을 돌렸으나 4대8로 졌다. LG는 더 악조건이었다. 최원태는 ⅓이닝 4실점, 한국시리즈 진기록을 2개나 기록하고 내려갔다. 1회초 최다득점 타이(4점, 1988년 2차전 빙그레, 2002년 3차전 삼성), 선발투수 최소 이닝 공동 2위(역대 5번째 ⅓이닝 강판)의 불명예였다. LG 투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매우 기민하게 대처했다. 준비가 얼마나 잘 됐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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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정우영, 백승현, 유영찬이 한국시리즈 첫 경험이다. 이정용과 고우석은 한국시리즈 두 번째 등판이다. 심지어 아웃카운트 7개를 삭제해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유영찬은 포스트시즌 자체가 처음이다. 데일리MVP를 투수 타자 따로 선정했다면 투수에서는 유영찬이 받아 마땅하다. 이들과 김진성 함덕주의 우승 경험,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LG 코칭스태프의 절묘한 교체 타이밍까지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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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드라마틱한 측면으로 따지자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삼성의 6차전은 시리즈의 판세를 뒤엎는 매우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2승 3패 벼랑 끝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끝내 4승 3패 우승을 완성했다. LG 또한 훗날 이 2차전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삼성처럼 통합 우승을 사수해야 할 것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